권경성 기자

김정원 기자

등록 : 2018.08.09 20:00

북한, 남측 압박해 ‘북미관계 교착 돌파’ 포석

3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 전격 제안 배경

등록 : 2018.08.09 20:00

北, 9ㆍ9절 앞두고 성과 확보 급해

북미보다 남북관계 개선이 더 쉬워

“북미협상 진전 결과물” 해석도

美 조야 대북비판 등 살얼음판

북미 ‘불신 행보’ 관성서 벗어나야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종전선언 및 대북 제재 해체 촉구 각계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공동선언에는 시민, 사회, 종교단체 300여명의 대표자들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사실상 교착 상태였던 대미 협상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일까. 아니면 경색 해소 실마리를 찾은 데 따른 낙수(落水)효과일까.

9일 북한의 남북 정상회담 준비 제안은 북한의 조기 종전선언 요구에 미국이 선(先)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걸며 오히려 대북 제재망을 단단히 조이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올 4월 ‘핵ㆍ경제 건설 병진’에서 ‘경제 건설 총력 집중’으로 전략노선을 바꾸고 정권 수립 70주년(9월 9일) 및 노동당 창건 73주년(10월 10일)을 앞둔 북한이 조바심을 느낄 거라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9ㆍ9절을 앞두고 성과 확보가 급한 북한 입장에서 당장 진전을 보기 어려운 북미관계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편이 일단 더 손쉬운 길일 수 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의제로 거론한 게 증거다. 아울러 남측을 압박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측이 종전선언 채택과 제재 완화 문제를 당연히 거론할 테고, 거기에는 한국이 북미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중재하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색 해소용 원 포인트 정상회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미 협상 동력 상실을 염려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8월 말 정상회담을 바랄 수밖에 없다는 짐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반대 분석도 나온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시기를 열어뒀던 ‘가을 평양 정상회담’을 마침내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남ㆍ북ㆍ미ㆍ중이 물밑에서 북미 협상 진전 방안을 놓고 조율한 정황이 포착됐는데, 가을 남북 정상회담이 이에 따른 첫 결과물일 수 있다”며 “북미가 모종의 단초를 찾았고, 이에 따라 기왕이면 북미와 남북 관계를 다 풀어보자고 마음 먹은 북한이 10ㆍ10절을 염두에 두고 남북 정상회담으로 빛내보자는 판단을 했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어쨌든 뚜껑을 열기 전에는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과거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불신 해소를 위한 북미 양측의 전향적 결단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특히 북측이 먼저 대화 제의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 조야의 대북 비판은 방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정치권은 대북 불신에 기초해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 진전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논리에 따를 경우 과거 상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창의적이고 전향적인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성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북한도 마찬가지다. 정부 소식통은 “앞으로 북미 협상이 잘 굴러가려면 고의 은폐 등 악의가 아니라 관성적으로 해오던 것이라 해도 영변이나 강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미국이 의심하는 핵 물질 생산 활동을 동결하거나 핵 시설 일부를 신고하는 성의를 북한이 미국에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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