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와 관련, 최순실 파문으로 국내 정치가 불안하지만 협정 체결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일본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여론의 관심이 쏠린 틈을 이용해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간부는 “최근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가 불안하지만,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며 “한국측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최대한 빨리 가져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고 외교소식통이 4일 전했다. 이 간부는 “한국 측과 한번 정도 더 협상을 하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2012년 추진됐다가 무산된 GSOMIA는 당시 협상안이 이미 마련돼 있고 한일 양국간 쟁점이 거의 없어 정치적 결단만 남겨둔 상태다. 국방부는 지난달 27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논의를 재개키로 한다고 밝힌 뒤 이달 1일 도쿄에서 양국 외교ㆍ국방 관계자가 참석하는 첫 실무협의를 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쥔 야권이 GSOMIA 체결에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서명을 서두르는 것은 GSOMIA 체결이 아예 물 건너 가기 전에 마무리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순실 사태로 여론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 차라리 협정 체결에 유리한 시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GSOMIA가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협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협정 체결 이후에도 거센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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