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동기 선ㆍ후배 실명 거론
외모 비하 등 1년 넘게 모욕
학교 측 “잘못 확인 땐 학칙 따라”
고려대 한 교양수업에서 만난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1년 넘게 여학생들을 상대로 언어 성폭력을 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13일 고려대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성폭력 사건피해자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신입생 시절인 지난해 교양수업 2과목을 함께 수강한 남학생 8명은 단체 카톡방에서 여성 동기 및 선ㆍ후배들의 실명으로 거론하며 음담패설을 하고 상습적으로 모욕했다. 대책위가 내부고발을 통해 공개한 A4 용지 700매 분량의 대화내용을 보면 가해자들은 외모 비하나 성희롱은 물론 성폭행, 몰래카메라 등 성범죄를 연상케 하는 내용까지 다양한 언어 성폭력을 가했다.
가령 한 학생이 “진짜 새따(새내기와 성관계)를 해야 된다”고 말하자 다른 학생은 “형이면 한 달이면 된다”고 곧장 맞받았다. 또 “○○○은 먹혔잖아” “씹던 껌 성애자 단물 다 빠진 게 좋노” 등 특정 여학생을 상대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대화가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단순한 희롱을 넘어 성폭행 가능성까지 논의했다. 한 가해자가 엠티에 가서 “여자랑 둘이 뭐하느냐”고 묻자 다른 학생은 “(술집)가서 XX 먹이고 자취방 데려와”라고 말하는 등 성폭행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 가해자들은 심지어 지하철에서 불특정 여성을 몰래 촬영한 뒤 단체방에서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위는 “가해자 중 일부는 양성평등센터 서포터즈와 (새내기 대상) 새로배움터 성평등 지킴이로 활동했음에도 문제가 제기된 뒤 피해자들을 되려 모욕하며 대책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실명이 거론된 여학생들의 2차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대책위는 지적했다. 이어 “가해 학생들의 언어성폭력은 학내에 형성된 왜곡된 성의식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몰카 등 형사 처벌이 필요한 범죄를 포함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징계 및 제재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퍼졌으며, 이날 오후 고려대 후문 게시판에도 게재됐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오늘 처음 전해 들었다”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 잘못이 드러날 경우 학칙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14년 국민대에서도 한 학과 남학생들이 단체 카톡방을 통해 여성 후배들의 사진과 이름을 공유하며 성희롱 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대학사회의 여성혐오 현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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