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국방부의 잦은 입장 변화가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성주 제3후보지 불가론을 분명히 한 지 며칠 만에 대체 부지 검토 가능성을 밝히고, 사드 레이더 탐지 정보의 일본 공유 여부도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다. 이런 갈팡질팡은 사드 배치가 군사적 효용성보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김관용 경북도 지사 등이 ‘제3의 사드 후보지’를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부인하는 자료를 냈다. “자체적으로 부지 가용성 평가 기준에 따라 실무 차원에서 검토한 결과 부적합 요소들이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새누리당 대구ㆍ경북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다른 배치 지역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하자 태도를 바꿔 재검토 입장을 내놨다. 그러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책 결정 번복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몇 시간 만에“성주포대가 최적장소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검토하겠다”는 단어를 “검토할 수 있다”로 조정했다. 스스로 모순에 빠지자 조금이나마 이를 주워담으려는 행동이 안타까울 정도다. 성주포대가 전자파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쏟았던 군의 노력도 결과적으로 우습게 됐다.
사드가 탐지한 북한의 핵ㆍ미사일 정보의 대일 공유 문제에 대해서도 국방부 내부의 입장이 달라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일본 쪽에서 요청하면 사드 정보도 공유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범위 안에서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사드는 한반도 내에서 한국 방어를 위한 체계로 정보공유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한 것과 상충된다. 사드의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부인이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한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는 오로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적 장치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의 국방부 태도를 보면 정치적 의도에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드 배치 발표 시기를 앞당긴 것도 그렇고, 배치 장소를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이 아닌 성주로 정한 것도 당초 밝힌 목적과는 어긋난다. 국가 안보만 생각해야 할 군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불신과 배신감만 커질 뿐이다.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졸속인 사드 배치를 계속 밀어붙이는 게 능사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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