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의 한국 대중음악이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 열렸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라는 신세계에 진입했다. 국내 3대 기획사(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 출신이 아닌 일명 ‘흙수저 그룹’이 일군 성과다. 방탄소년단이 팝의 본고장 최고 권위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K팝이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전주 1위였던 미국 가수 포스트 말론의 새 앨범 ‘비어봉스 앤드 벤틀리’를 밀어 내고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 앨범이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기는 2006년 팝페라팀 일디보의 ‘앙코라’ 이후 12년 만이다. 빌보드 차트 통틀어 한국 가수의 최고 순위 기록은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세운 ’핫100’ 2위였다. ’핫100’은 앨범이 아닌 노래 인기 차트다.
‘빌보드 200’은 노래 한 곡이 아닌 앨범 전체의 인기를 반영하기에 ‘핫100’보다 더 권위 있다. 한국 가수의 ‘빌보드 200’ 최고 순위는 지난해 방탄소년단이 ‘러브 유어셀프 승 티어(Love Yourself 承 Tear)’로 기록한 7위였다. 미국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닐슨뮤직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3집은 지난 18일 발매 후 24일까지 6일 동안 CD 10만장이 팔렸다. 앨범에 실린 11곡의 온라인 스트리밍(재생) 수는 3억 9,100만건에 달했다. 빌보드는 CD 판매량과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수를 합산해 ‘빌보드 200’ 순위를 선정한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탄소년단은 K팝 한류의 결정판”이라며 “싸이를 계기로 한국 음악에 대한 인지도가 미국에서 높아지고 아시아와 라틴계의 문화적 입김이 거세지면서 주류 미국인들이 백인 문화의 대안으로 방탄소년단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는 삼성이 반도체로 IT시장을 호령한 것과 비교할 수 있을 만한 한국 음악사의 대형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좋은 음악과 완성도 있는 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으로 부상한, 새로운 아이돌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방탄소년단이 ‘K팝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미국 음악지 롤링스톤은 ‘방탄소년단이 공식적으로 미국을 정복했다’고 평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진은 “한국어로 된 앨범으로 1위를 하게 돼 영광”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한국의 문화에도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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