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2일 밤 위성 명목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계획까지 공개한 북한의 고삐 풀린 폭주로 한반도 정세가 폭풍 전야에 진입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의 대북 제재가 논의되는 마당에도 한미일 3국의 강력 경고나 중국의 설득조차 아랑곳 없이 ‘미사일 도발 카드’를 꺼내 ‘벼랑 끝 마이웨이’ 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협상 과정에서 수가 틀리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던 데서 한 걸음 더 나간 광폭 행보다.
북한은 2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측 6자 회담 수석대표의 방문에 맞춰 ‘위성 발사’ 계획을 국제기구에 통보해 또 한번 중국의 뒤통수를 때렸다. 핵 실험에 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은 예고된 수순이긴 했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두고 그나마 자신에게 우호적인 중국입장을 감안해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은 도리어 우 대표의 방북에 꼭 맞춰 미사일 도발 카드를 꺼낸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중국이 나서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북한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핵 보유를 막을 수 없고,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핵과 미사일이란 북한의 패키지 도발은 중국이 동북아 역학구도상 결코 자신들의 체제를 흔들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자신들을 버리지 못할 것이란 점을 북한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 조선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북한이 기어코 위성발사를 한다면 우리도 제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핵 도발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한미일 3국이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계획을 ‘국제 사회에 대한 중대 도전’으로 규정하고 혹독한 대가를 경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향후 한미일 대 중국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반응은 미중 갈등의 틈새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북한의 도발 전략이 먹혀 들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약소국 입장에선 강대국 간 경쟁을 이용해 강하게 치고 나가면 강대국을 더욱 자신들에게 결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중국의 설득과 경고로 미사일 발사를 일시 보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경우에도 북한은 중국의 체면을 살려준 것을 내세워 상당한 대가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의 설득으로 북한이 로켓 발사를 중단하면 중국이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할 수 있고 고위급 인사 상호 방문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를 ‘들었다 놨다’ 하려는 북한의 의도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핵 보유를 자신의 ‘생명줄’로 여기는 김정은 체제는 당장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대회(5월)에서 핵과 미사일 업적을 내세우며 체제 결속을 다지는 한편 국제사회가 뭐라 하든, 미 대륙까지 위협하는 핵무기 확보를 위해 북한식 마이웨이를 달려갈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교수는 “최대한 자신들의 ‘파이’를 선제적으로 키워 새로운 큰 판을 만들어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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