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3발을 발사해 무력 시위를 벌인 데는 국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찬반 논란을 자극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지난 11일 총참모부 포병국 명의로 “사드 배치 장소가 확정되는 시각부터 물리적 대응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한 후 8일만에 나온 도발이다. 북한의 대표적 탄도미사일인 스커드-C와 노동미사일을 동원해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를 타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북한이 이날 사거리 1,300km의 노동미사일을 고각 발사로 500~600km 날린 것은 중거리 미사일까지 총동원해 남측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탄도미사일로 사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고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군은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은 사드로 요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400여발의 스커드 미사일을 보유한 반면 사드 요격 미사일은 최대 72발에 불과해 북한이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 온전한 방어가 어렵다. 300여발의 노동 미사일과 20여발의 무수단까지 포함하면 북한은 약 1,000발의 탄도미사일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북한 도발로 사드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찬성론과 “북한의 물량 공세를 애당초 막을 수 없다”는 반대론간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또 성주를 언제든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적인 메시지를 보내 성주 주민들의 불안심리 확산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전자파 위해 논란에 시달리는 성주 주민들에게 전쟁시 1차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중시키면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실제 이날 성주 주민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대해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측은 “우리는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논평조차 거부했다. 한 군 의원은 “북한이 공격한다면 성주가 1순위가 될 것이고, 군민들은 평생 초조해하며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며 “결국 인구는 줄어들어 성주군은 존립 자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이 같은 북한의 심리전이 최근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단했던 남파간첩 지령용 방송인 일명 난수(亂數)방송을 지난 15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남 방송을 통해 특정 숫자들을 지정하면, 남파 간첩들은 북측과 미리 약속된 책자에 이 숫자들을 적용해 지령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방송으로 실제로 특정 지령을 내리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여전히 남측에 고정간첩이 활동하고 있다는 일종의 심리전을 전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5차 핵실험 가능성도 흘리고 있다. 이 역시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국제 사회에 보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대북 제재 균열을 노리는 심리전의 성격이 강하다. 북한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내외의 사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성주 투쟁위 측은 21일 예정된 서울집회를 평화적으로 열 것을 다짐했다.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이번 서울집회는 질서 유지가 중요하며, 군민들이 소란을 피우면 제재할 것”이라며 “주변에 시위를 자극하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절대로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성주=최홍국ㆍ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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