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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등록 : 2018.02.13 19:31
수정 : 2018.02.14 07:39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2대 주주 산업은행 ‘직무유기’

등록 : 2018.02.13 19:31
수정 : 2018.02.14 07:39

산은, MB때 민영화 추진하며

감사권 행사 등 정책금융 소홀

정부는 5년간 세무조사도 안해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사태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한국GM의 부실이 수년간 누적된 결과임에도, 군산공장 폐쇄에 이르도록 방치해온 정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GM의 지분 약 17%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주주감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며, GM본사가 한국GM으로부터 과도하게 이익을 챙기는 것을 외면해 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산은은 주주로서 상법에 따라 한국GM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법원에 기업 재무에 대해 검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GM의 불투명한 경영을 그대로 허용해왔다.

이런 산은의 직무유기는 2012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강만수 산은 회장은 산은의 상업은행 전환을 추진하면서, 한국GM 등 100여개 집중매각 대상기업들에 대한 감시를 후순위로 미뤘다. 매각 대상기업을 철저히 감사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결정이 오늘의 군산공장 폐쇄의 씨앗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6월 산은을 세계적 상업투자은행으로 만들겠다며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강만수 전 회장은 산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소매금융을 강화하고 구조조정 등 정책금융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2012년부터 한국GM의 2대 주주(지분 17.02%) 권리를 포기했다”며 “GM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한국GM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GM의 한국GM에 부품이나 기술을 제공하며 이전가격을 과도하게 높여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정부가 세무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한 것은 지금껏 한 차례뿐이다. 이전가격은 다국적 기업에서 여러 나라에 흩어진 관계회사들이 제품ㆍ서비스를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세부담경감을 위해 이전가격 정책을 이용한다. 특히 GM의 경우 본사는 부품 등 원재료 가격을 비싸게 넘기고 한국GM이 만든 차는 싸게 받으면서 한국GM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GM은 지난 2013년 국세청의 정기세무조사를 받고 이전가격과 관련해 273억원의 추징금을 낸 일 외에 추가 세무조사를 받은 일이 없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타사 대비 비정상장적으로 높은 매출원가비중 때문에 한국GM은 이익을 실현할 수 없는 구조”라며 “산은은 주주로서 GM에 한국GM의 수익성 향상을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GM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GM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자리 약 30만개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대책도 마련해 놓지 못한 상태다. 현재 한국GM은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 1만명 ▦군산ㆍ창원공장 각각 2,000명 ▦파워트레인을 제조하는 보령공장 600명 ▦청라 연구소 800명 ▦서비스센터 700명 등 약 1만6000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다. 여기에 1~3차 협력업체 3,000여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약 30만명이 한국GM과 연관돼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GM 철수설이 수년간 나온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다가, 막상 일이 터지자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GM 측에 구조조정 방안 등을 적극 개진하며 협상을 주도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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