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기 국면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와 민간연구소가 시각 차를 보이는 건 흔하지만, 정부 내에서 ‘위기론’과 ‘회복론’이 충돌하는 등 이견이 표출돼 걱정스럽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은 최근 “여러 지표로 봐 경기가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3, 4월 통계를 갖고 판단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수출이 두 달 연속 500억달러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며,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관료 출신인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2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충분하지 않지만 일자리는 계속 늘고 있고, 6월부터 고용 여건이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김 부총리를 거들었다.
정부가 경기 진단에 신중을 기하는 건 당연하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국가경제를 책임진 관료가 부정적 신호를 보내면 경제주체들이 불안감을 느껴 경기가 더 위축될 우려가 크다. 김 부총리 지적대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과 수출증가율, 경기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등의 지표가 나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 제조업의 부진과 설비투자 감소세,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부진 등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는 부정적 신호 또한 만만치 않다. 수출 증가세가 여전함에도 공장 가동률은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70%에 불과하다. 반도체의 ‘나홀로 호황’을 제외하면 제조업 전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혼재된 경기 지표를 나쁜 쪽으로만 해석할 이유는 없지만, 우리 경제가 침체에 빠져 들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와 이상 신호를 보이는 지표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경제 정책의 성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경기가 나빠진 뒤에 대응하는 건 의미가 없다.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확한 경기 진단에 실패해 적기 대응을 못할 경우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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