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계엄령 문건 논란에 대해 “본질은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합동수사단의 철저한 수사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진 만큼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가 서둘러 개혁안을 제출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건 대응 논란과 관련해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문건 보고경위 관련자들에 대해 책임의 경중을 가려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계엄령 문건 작성의 실체 규명이 먼저고 기무사 개혁이 병행돼야 하며, 송 장관 등의 늑장대응 책임도 묻겠다는 것이다. 송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 간 문건 대응을 놓고 진실공방이 거세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선을 그은 셈이다.
계엄 문건 처리 파문이 커진 것은 전적으로 송 장관 책임이다. 3월 16일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고도 4개월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판단 착오다. 그 바탕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군을 통솔하는 국방부 장관으로서의 민주의식과 헌법수호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구심이 든다. 기무사 간부들이 그런 약점을 잡고 흔들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송 장관의 대응은 구차하다. 국민 앞에서 부하들과 거짓말 논쟁을 벌이는 순간 그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기무사의 송 장관에 대한 공개 반발은 차원이 다른 심각성을 띠고 있다. 국회에 출석했던 문건 작성 책임자들은 “한민구 전 장관 지시였다”는 식으로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정상적인 군 정보조직이라면 국회 무력화 및 언론 장악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통상적인 계엄 매뉴얼 보완 수준이 아니라 기무사가 직접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데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반성과 책임의 당사자들이 작심하고 상급자를 비판한 것은 조직 이기주의일 뿐이다.
송 장관과 기무사는 더는 소모적 공방을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군검 합동수사단이 신속한 수사로 문건 작성 경위와 배후, 실행계획 여부 등을 규명하는 게 우선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무사를 포함한 군 개혁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인지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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