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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정국, ‘4월의 결심’으로 풀자

입력
2014.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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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도 못 꿴 채 얽히고설켜버린 세월호 정국

결단의 방안에 정홍원 총리 ‘재임명’도 검토하길

국무총리 교체 문제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이미 두 달 전에 사의를 표명한 분이 국회에서 정부를 대표하여 질의를 받고 있다. 야심만만하게 등장했던 후보자 한 분은 자신의 인식이 일반 국민의 눈높이와 달랐다는 자괴감을 이기지 못하여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물러나 버렸다. 다시 등장한 현재의 후보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크게 악화, 여당과 청와대가 사퇴를 종용함에도 불구하고 물러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총리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가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의 결정(結晶)으로 응축돼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 현재 이름이 알려진 모든 분들이 새 총리의 후보감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심지어 야권의 대선주자로 일컬어지는 분이 거론되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잘못이 잘못을 낳고, 착오를 수정하겠다는 방편이 또 다른 착오로 덮여 갈수록 꼬여가고 뒤엉키고 있다. 혼돈스러운 팔괘진(八卦陳)에 갇혔다면 좌충우돌 돌파구만 찾을 일이 아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처음 들어온 입구를 되짚어 과감하게 나가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 번 이 칼럼(6월7일자▶내각개편 보다 청와대 개혁이 먼저다)에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를 얘기했다.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들어 기장을 잡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직위ㆍ직책에 주어진 명령을 어겨 국가에 손실을 가져왔을 경우 사사로운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는 금언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지명되지도 않았으며, 내각이나 청와대비서진의 일부 개편 발표가 있기 전이었다. 당시의 생각을 다시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의 중요한 원인이 무력한 정부 탓이기에 장관-국무총리-대통령 쪽으로 원성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총리가 사퇴를 표명했고, 정부는 서둘러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후의 과정은 알려진 바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총리 선임이 문제해결의 전부처럼 상징화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초점이 흐려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무력ㆍ무능하다는 정부를 개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 현직 총리라는 이유만으로, 사고 당시 관련 부처의 장ㆍ차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징적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참사 발생에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따져보아야 한다. 아울러 이후의 수습과 예방 노력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능력을 발휘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사고들에 대한 대비책일 수도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 11일째인 4월27일이었다. 무능하고 무력한 정부의 책임을 질타하는 여론이 하늘을 찌르는 시기였다. 총리의 사의 표명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틀 후인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국민담화 성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잘못된 적폐, 국가개조, ‘관피아’ 척결”을 언급했다. 형식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지만, 역시 자연스럽고 합당한 결심이었다. 하지만 첫 단추를 꿰려던 새로운 총리 선정이 수렁에 빠지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으로 두 달 가까이 허비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잘못된 적폐를 해소하고 국가개조와 관피아 척결에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바로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안대희 쇼크, 문창극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결단(決斷)은 문자 그대로 ‘실타래를 도끼로 끊는다’는 의미다. 얽히고설킨 밧줄들을 하나씩 풀기보다 칼로 잘라서 해법을 찾아낸 ‘고르디우스 매듭’의 지혜가 필요하다. 지워서 다시 쓰고, 고치고 땜질해서 될 상황을 넘어섰다.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박 대통령이 눈물을 삼키며 마음을 다잡았던 4월 말 당시로 되돌아가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는 방안도 충분히 유효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금 당장 새로운 결단을 내린다면 혼돈 속에 허비됐던 두 달의 세월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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