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장검토본 공개강행 방침
“새 학기까지 시간도 촉박”주장
작년 고시한 관련 조항 바꾸고
국정화 철회 고시에 서너 달
기존 교재 신학기까지 배포 가능
최순실 게이트 정국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가 다시 거세지면서 구체적인 백지화 절차가 공론화하고 있다.
애초부터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국정교과서 추진 동력은 사실상 불씨가 완전히 꺼진 상황이다. 한국사연구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47개 역사 관련 단체,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은 이달 초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경기도교육청 역사교육위원회가 국정화 철회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7일 오후 확대간부회의에서 “국정교과서는 최우선적으로 중단되어야 할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날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관계자는 “28일 예정대로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강행 의사를 밝혔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공개적인 국정교과서 반대 입장에도 “개인 신분으로 밝힌 소신일 뿐”이라며 “집필이 다 된 교과서를 지금 와서 뒤집을 수 없고, 그러기엔 새 학기까지 시간도 촉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가 백지화하려고만 들면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다. 2017학년도 중고교 신입생부터 국정교과서를 쓰도록 한 근거는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부칙에 담겨 있다. 이 조항을 수정해 새로 고시하면 일선 학교에서는 원래 사용하던 역사 검정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장관 고시가 확정되기까지는 통상 25일 가량이 걸린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부칙을 수정해 20일간 행정예고를 거친 뒤 고시 내용을 확정해 관보에 게재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이후 학교 현장에서 원래 사용하던 검정교과서를 주문해 보급하기까지 약 한 달 남짓 시간이 필요하다. 검정교과서를 집필한 한 교사는 “각 시도교육청에서 공문을 내려 보내 학교에서 필요한 교과서 부수를 제출하면 교과서협회에서 이를 수합해 각 출판사에 알려 찍어낸 뒤 배포한다”며 “현장에서 주문 받는 시간 7일,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시간 10~14일, 학교 배포 10일 정도로 감안하면 새 학기 시작 전인 2월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정화를 아예 철회하는 방법도 있다. 교육과정 수정 고시와 같은 기간 및 절차를 거쳐 교과서 구분고시 수정(국정화 철회 명시)을 하면 된다. 다만 이렇게 되면 새로운 검정교과서를 개발할 기간(2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행 역사교과서 적용 연도를 2019학년도로 연장해야 한다.
이번이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 국정교과서를 고집하다가 학기가 시작한 뒤에 다시 교육현장에 파행을 빚을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교육부가 지게 될 수 있다. 정태헌 고려대 사학과 교수(한국사연구회 회장)는 “국가적 낭비를 피하려면 교육부가 정상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며 “1년 동안 검정 교과서를 쓰면서 정상적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밟아 국정화 여부를 판단해야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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