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할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리 부위원장은 이날 40여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北京)을 전격 방문했다. 북한이 올해 1월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첫 고위급 인사인 리 부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을 위한 사전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리 부위원장이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친서를 갖고 방중한 것으로 안다”면서 “리 부위원장의 공식 카운터 파트너는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 부장이지만 그가 김정은의 특사 자격이라면 시 주석이 면담 요청에 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리 부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사흘임을 감안할 때 1일 오전에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 직후 사견임을 전제로 시 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면담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리 부위원장의 방중 목적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는 모양새를 취하되 실제로는 핵실험과 대북제재 등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의 개선을 모색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적으로 북중관계가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중국통’으로 꼽히는 리 부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점, 두 나라가 전통적으로 당 대 당의 유대를 중심으로 최고지도부간 신뢰관계를 형성해왔다는 점 등이 근거로 거론된다. 이날 밤 리 부위원장과 쑹 부장의 만남 직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발표문을 통해 “북한은 제7차 노동당 대회 상황을 설명했다”면서 “양측이 전통적 우의를 소중히 여기고 양당 간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 부위원장이 김정은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그가 중국측과 김정은의 방중 문제를 협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이 김정은의 특사를 면담한다면 이는 양국관계의 정상화를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측이 핵 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핵실험 중단 의사를 분명히 한다면 중국도 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의 대외교류 파트 사이에 잦은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도 김정은의 방중 문제 논의 여부에 대해 “고위급 교류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북중관계 개선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중국 지도부 내에서 시 주석의 북핵 불용 입장이 가장 강경하다”면서 “원론적인 수준의 관계 개선 논의는 진행될 수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진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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