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인사검증팀 파견 현역 군인으로 3사관학교 출신 영관급 장교를 전격 발탁했다. 육군사관학교 인맥이 도맡던 검증팀에 육사 출신을 배제한 것은 참여정부 이후 10여 년만이다. 군 당국은 청와대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방개혁의 신호탄이 될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검증팀에 국방부 몫으로 기무사령부 소속 박모 중령을 기용했다”고 밝혔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기무사와 국정원, 경찰, 국세청을 비롯한 각 부처와 정보기관에서 요원들을 파견 받아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수행하는 곳이다. 특히 군의 경우 국방부 장관 후보자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다 4월 장성인사가 대선 국면에서 미뤄진 터라 대폭적인 후속인사가 예고돼 있어 검증팀에 배치한 기무 장교의 역할이 더 막중하다.
이 때문에 육사 출신들은 이번 인사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06년 11월 김장수 장관을 시작으로 한민구 장관까지 11년간 육사 출신이 국방부 수장을 꿰차는 동안, 군이 파견하는 청와대 검증팀 요원도 모두 육사를 나온 기무사 장교가 맡았다. 다른 청와대 부서에는 육사가 아닌 장교들이 더러 기용된 경우가 있지만 공직기강비서관실 만큼은 육사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초대 국방부 장관 후보로 군 내부에서는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청와대의 인사조치로 동력을 잃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군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럴 수 있느냐며 속으로 분을 삭이는 분들도 적지 않다”면서 “그래도 정권 초기라 일단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