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무회의서 직접
공무원ㆍ국민연금 연계 반대 못박아
"협상가에게 재량권 줘야"
새누리 지도부 靑에 불만 표출
野 설득 못하면 5월 국회 처리 난망
박근혜 대통령도, 새누리당 지도부도 12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큰 방향은 공유하고 있지만, 야당을 설득해 관철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은 데다 당청 관계가 점점 꼬여 가는 탓이다.
박 대통령, 국무회의 도중 한숨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숨과 뒤이은 긴 침묵으로 불편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조속한 처리를 압박하는 언급을 쏟아낸 뒤 “하…, 이것(공무원연금 개혁)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탄식하고 약 8초 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발언을 시작한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ㆍ국민연금 개혁 연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빚을 줄이는 노력을 외면하면서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으려 하는 것은 너무나 염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공무원연금 개혁=국가채무 줄이기, 국민연금 강화=세금 폭탄’이라는 청와대의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난 1년여 동안 충분한 논의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국민연금 관련 사항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야당의 국민연금 연계 주장을 수용하지 말라’는 강경한 지침을 여당 지도부에 다시 한 번 내려 보냈다.
박 대통령은 7일과 10일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연이어 입장을 낸 데 이어 12일 직접 입을 열어 여론전에 나섰다. 현정권의 최대 치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올해 안에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는 데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찬성하고 국민연금 강화를 사실상의 증세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청와대에 기울어져 있다고 자신하는 데 따른 선택이다.
박 대통령은 “10년, 15년 전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공무원연금을 제대로 손 보지 못한 것을 거론해 ‘야권이 책임감을 느끼고 개혁안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 정부가 이번에 해내지 않으면 이제는 아무도 손을 못 대고 시한폭탄이 터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여당 지도부의 더 깊은 한숨
청와대가 여야를 향해 직접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조항을 고집하며 꿈쩍하지 않는 야당과 대야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는 청와대, 공무원연금 개혁을 관철시키라고 요구하는 민심이라는 3각 파고 속에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12일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가에게 재량권을 주지 않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며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표했다. 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협상 재량권이 별로 없다”고 토로하고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도, 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옳았다”고 말해 청와대와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개혁안 처리에 제동을 건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5월 국회 처리 전망을 놓고 “야당과 입장 차가 너무 커 비현실적 목표”라고 했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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