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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난감한 반기문 귀국 환영식

입력
2017.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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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으레 대통령이나 유엔사무총장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당시에 유엔사무총장은 자라나는 세대가 우러르고 선망하는 대상이었다. 유엔 데이라고 불렀던 유엔 창설기념일 10월 24일은 1975년까지는 법정 공휴일이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다투는 유력후보로 부상한 데는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의 지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 참여정부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외교부 장관직을 계속 유지시켜 아프리카ㆍ유럽순방에 동행케 했고, 외교부 내에 지원 전담기구를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건 멋진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위선양과 같은 국익 차원 외에 그 세대의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선망도 묻어나는 말이다. 어쨌든 첫 한국인 유엔사무총장 탄생은 국가적 경사로 우리 모두의 자랑이었고 국민들의 자부심을 크게 높였다.

▦ 그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0년 임기를 마치고 12일 귀국한다. 거국적으로 성대한 환영행사가 열려 마땅하다. 1970~80년대 식이라면 세종대로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여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외교부가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인 반 총장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윤병세 외교부장관)이지만 그가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이라는 게 문제다. 사실상 대선 도전을 선언한 마당에 환영 형식과 정도에 따라서는 심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 1946년 채택된 유엔결의 11호에는 사무총장은 최소한 퇴임 직후에는 회원국의 어떤 정부 직위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여러 나라의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직위라는 게 이유다. 일종의 관피아 방지법 같은 거다. 유엔사무총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로 과연 무시해도 되는 조항일까. 그렇지 않아도 유엔 수장으로서의 업적에 대해 국제사회의 평가가 낮은데 이제 우리 사회 내부에서 더 몰아세울 게 틀림없다. 어렸을 때 품었던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선망이 무참히 깨지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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