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를 둘러싼 학생과 학교, 지역 주민, 민간투자자의 갈등은 ‘제로섬 게임(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현재는 손해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쏠려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일단 민자기숙사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기숙사별 예결산 회계를 대학정보공시 사이트를 통해 상세히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각 대학 기숙사의 재무상태변동표 등이 공개되는데 이 자료로는 민간업체와 학교의 수익률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학교의 만자기숙사는 자율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비용 통제를 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정보 공개 후 비용이 낮아지는 자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긴 어렵더라도, 기숙사에 기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적극 나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정보공개청구 결과 고려대 민자기숙사는 기숙사 시설 운영실적과 외부회계감사, 그리고 기숙사생을 상대로 실시한 시설 만족도 조사 결과를 매년 한국사학진흥재단에 통보하게 돼 있었다”며 “공공기관인 사학진흥재단은 금융상품을 파는 역할에 머물러 있는데 기숙사 공공성 확대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숙사는 사학진흥재단이 여러 형태로 관여해서 투자한다. 더구나 사학진흥재단에는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다.
기숙사를 늘리는 계획은 여전히 주민 반대 장애물을 넘는 게 관건이다. 교육부는 대학생 기숙사 3만실(5만명) 확충이라는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 올해까지 2만명, 내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6,000명씩 입실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 반대에 가로막힌 곳이 많다”며 “건축 인허가는 지자체 소관이라 시간이 걸려도 지역 주민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나 고려대처럼 주민 반대에 발목 잡힌 신축 계획을 관철시키려면 대학과 지자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교수는 “주민 반대의 이유가 ‘경제적 이익’인데 대학 시설 개방 등을 상생안으로 제시하면 협상에 진전이 없다”며 “기숙사 신축 시기를 협상 대상으로 삼아 일정 기간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기숙사 건립 계획엔 차질이 없도록 협상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숙사를 공공재 서비스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대학설립ㆍ운영규정’은 기숙사를 교사 시설의 하나로 갖추기만 하면 될 뿐 수용률을 강제한 규정은 없다”며 “대학이 갖춰야 할 필수 시설로 법에 명시하고 운영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1996년 이전 ‘대학설치기준령’에는 기숙사 수용인원을 총학생 정원의 15% 이상으로 명시했었다. 반대로 필수시설 지정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기관평가인증시 현행 평가기준인 기숙사 확보률 11%를 상향 조정해 각 대학의 기숙사 확보를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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