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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수차ㆍ난민 심사… 인권위 권고 수용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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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수차ㆍ난민 심사… 인권위 권고 수용될지 주목

입력
2017.05.2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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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 거치며 위상 추락

권고 자체가 구속력 없는 데다

다른 기관에서 인권위 무시 경향

아직 지난 정권 인사들로 구성

기관들도 입장 급선회 할지 의문

“사안 좀 더 지켜봐야” 관측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높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5일 지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급속히 추락했던 인권위 권위 회복의 주문으로 해석된다.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인 각종 정책과 제도에 대한 인권위 판단과 해당 기관으로의 권고가, 실질적인 인권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질책인 셈이다.

25일 인권위가 청와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인권위가 정부기관에 인권정책 및 제도를 개선하라고 한 304차례 권고 사안 가운데 실제로 받아들여진 사안(전부수용)은 130건에 불과했다. 분명 인권위가 ‘인권을 침해하는 정책 혹은 제도’라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해당 기관이 이런 저런 핑계로 거부,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권위는 그 이유를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구속력과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권 관련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으로 “결국 무시해도 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인권위 권고를 무시해도 이렇다 할 제재가 없어 정책과 제도 개선에 들어가는 각종 투자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서다. ‘인권위 결정에 왜 고개를 숙이느냐’는 자존심도 이유 중 하나다. ‘권고 수용비율을 높이겠다’면서 90일 안에 이행계획을 회신하도록 하는 등의 인권위법 규정을 만들었지만, 제재 규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인권위의 권고나 개선 노력은 철저히 무시되기 일쑤였다. 2012년 인권위는 “살수차를 시위진압용으로 사용할 경우 살수차 최고 압력이나 최소 거리 등 구체적 사용기준을 법령에 명시하라”고 경찰에 권고했지만 당시 경찰청장은 “운용지침에 따라 안전한 살수차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수용을 거부했다. 당시 권고가 받아들여졌다면 지난해 시위 도중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을 미연에 막을 수도 있었다.

최근 논란인 군 내 동성애 문제도 인권위가 이미 10년 전(2006년)부터 개선을 요구한 사안이다. 지난해에도 관련 군형법 조항(92조6항)을 폐지하라고 권고했지만, 법무부는 요지부동이다. 법무부는 “난민심사비율을 올리라”는 인권위 권고도 거부했다. 전체 정원의 12%로 제한하고 있는 경찰대 여성 신입생 비율을 확대하라는 권고, 공군사관학교 1학년 여성 생도의 이성교제를 제한한 생활 규율을 개선하라는 권고 역시 ‘울림 없는 메아리’로 끝난 인권위 권고의 대표 사례들이다.

이 같은 ‘인권위 무시’ 형상은 인권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현병철 전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인권위가 인권위이길 포기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조직으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현 전 위원장은 물론 상임위원 등을 인권과 무관한 인사들로 채우려고 했던 지난 보수 정권의 시도 등도 인권위 위상을 떨어뜨렸다.

결국 이번에 대통령이 직접 나섰음에도, 살수차 논란 등의 사안들이 곧바로 받아들여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아직까지 지난 정권의 인사로 채워진 인권위 내부 구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지금까지 “인권침해가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던 기관들이 입장을 급선회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 인권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찬반 대립이 뚜렷하거나, 각 기관이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로 기득권을 내세울 경우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거나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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