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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 난간석 부러지고 첨성대에 틈…문화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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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 난간석 부러지고 첨성대에 틈…문화재 비상

입력
2016.09.1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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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재 피해 속출

분황사 모전석탑에 실금 생기고

불국사 대웅전 지붕 기와 탈락

담장 훼손 피해 규모 측정 불가

“피해 안 커” 예측… 날 밝자 일변

매뉴얼은 피해 발생 후 대응 집중

통합 DB 구성, 예산 부족에 표류

문화재청은 13일 오후 4시 기준 상층부 난간석이 주저 앉은 불국사 다보탑을 비롯 23건의 문화재에서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13일 오후 4시 기준 상층부 난간석이 주저 앉은 불국사 다보탑을 비롯 23건의 문화재에서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이 13일 주요 문화재를 대상으로 정밀 계측한 결과 첨성대는 기존보다 북측으로 약 2㎝ 기울고 상부 정자석 남동측 모서리가 약 5㎝ 더 벌어진 것이 확인됐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이 13일 주요 문화재를 대상으로 정밀 계측한 결과 첨성대는 기존보다 북측으로 약 2㎝ 기울고 상부 정자석 남동측 모서리가 약 5㎝ 더 벌어진 것이 확인됐다. 문화재청 제공

신라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 지진으로 국보인 불국사 다보탑의 난간석이 부러져 주저 앉고 첨성대에 미세한 틈이 생기는 등 문화재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은 13일 경주시와 그 일대 문화재 피해 상황을 점검한 결과, 다보탑 난간 부재가 탈락하고 첨성대 기울기가 바뀌는 등 23건의 문화재(국가지정 13건 ㆍ시도지정 10건)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중요 문화재 정밀 계측에서 다보탑의 주저 앉은 난간석은 일제강점기에 파손돼 접합했던 부위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첨성대는 기존보다 북측으로 약 2㎝ 기울고 상부 정자석 남동측 모서리가 약 5㎝ 더 벌어진 것이 확인됐다. 13일 첨성대를 방문한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덕문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첨성대는 구조적으로 원형이어서 지진 등에 자체로 견딜 힘이 뛰어나다”며 “육안상 위험한 수준의 파손이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불국사 대웅전의 경우 지붕, 담장 기와, 용마루 등이 파손됐다. 담장 파손의 경우 파손 범위가 넓어 아직 피해 범위가 파악되지 않았다. 또 분황사 모전석탑 및 단석산마애불에서도 일부 균열이 발견됐으며 양동마을 내 독락당에서도 담장기와 일부가 파손되는 등 경주 문화재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향후 정밀조사하면 피해 늘 듯

문화재청은 전날 지진 발생 직후 재난상황실을 설치하고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 안전경비인력 등을 중심으로 문화재 피해 상황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12일 오후 11시까지 불국사 대웅전 지붕과 오릉 담장, 석굴암 진입로에 낙석이 발생한 정도였고 육안상으로는 지진 규모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날이 밝은 뒤 본격적인 피해 조사에 들어가자 상황이 일변했다. 향후 지반, 암석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정밀 조사가 진행될 경우 문화재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경주시 문화재과 김병성 문화재보수팀장은 “인력상 (경주시 소재)문화재 전수 조사는 힘들다”며 “국보급, 보물 등 우선 순위를 두고 육안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불국사, 석굴암 등 피해 보고가 들어온 문화재 위주로 정밀 조사 및 긴급 복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속한 복구를 위해 긴급보수비 2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분야별 전문가로 특별안전점검반을 구성ㆍ운영해 문화재 안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대한불교조계종 등과 합동으로 경상권 지역 건조물 문화재 약 52건에 대해서도 20일부터 피해상황 점검에 나선다.

경주를 포함한 동남부 지역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서너 차례 발생했다. 게다가 기상청은 “향후 규모 6 초반의 지진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어 문화재의 지진재난 대응 체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진재해 대응 등에 관한 규정’을 폐기하면서 지난해 도입한 ‘지진재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에 따라 문화재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 60쪽 분량의 이 매뉴얼은 문화재에 피해가 발생한 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있어 더 강력한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장치 등 선제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진 대응 DB 구축 예산 없어 표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3년 서울대에 의뢰해 건축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홍수, 지진, 건축문화재 재해 이력 등이 포함된 통합재해예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는 서두에 “건축문화재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시키는 지진의 빈도가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지진의 발생지역이 평양-군산-경주를 잇는 ‘L’ 형상을 보이는데 이는 역사도시가 위치한 지역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해외 사례로 “일본의 경우 1923년 관동대지진과 1995년 고베지진 이후 지진 발생시 건축문화재에 일어날 안전성 확보에 관한 지침과 중요 문화재 건조물 내진진단지침이 정해져 재해시 위기 관리 및 내진 성능 진단, 보강시 유의 사항 등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해 문화재 수리기록을 분석ㆍ검토하여 적정 보수주기에 따라 보수를 진행하는 것을 비롯해 향후 문화재별 재해위험도 등을 갖출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현재 진행이 보류된 상태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향후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경우 문화재 피해는 규모별로 어떨 것이라는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국립경주박물관은 12일 발생한 두 차례의 강진과 계속되는 여진에 따른 관람객과 유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3일 하루 임시 휴관했다. 박물관 전 직원이 다수의 국보와 보물 및 지정문화재가 전시 중인 전시실 및 수장고를 긴급 점검한 결과, 신라역사관 외부 유리창 4장 파손, 외벽 타일 일부 떨어짐 외에 특별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부터는 정상 개관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경주 지진 문화재 피해 현황

(13일 오후 4시 기준)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

문화재청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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