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건보료 매달 5만원… 난 퇴임 후 0원"

"재산 5억·연금 2000만원 넘지만 피부양자로 분류 보험료 0원"

김종대 이사장

“서울 강남에 아파트가 한 채 있고, 지난해 받은 연금소득도 수천 만원인 내가 퇴직하면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가 돼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복지 사각지대의 대표적 사례인) ‘송파 세 모녀’도 매달 건강보험료로 5만원을 냈었다. 이것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이달 14일 퇴직하는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6일 자신의 블로그(김종대의 건강보험공부방)에 실제 자신의 소득과 재산으로 퇴직 뒤 낼 건보료를 산정한 결과를 공개하며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공단 이사장으로 직장가입자인 내가 은퇴하면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가 되고, 내야 하는 보험료는 0원”이라며 건보료 부과체계를 서둘러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김 이사장이 납부한 건보료는 월 37만1,710원이었다. 그의 월급 1,241만원에 보험료율 5.99%를 적용한 액수의 절반(나머지는 사업장 부담)이다. 그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아파트 한 채와 경북 예천군의 논 2,721㎡ 등의 재산(과세표준액 5억6,483만원)을 보유했고, 지난해 연금 총액 2,046만원(재직 중이어서 50%만 지급 받음)을 수령했다.

상대적으로 꽤나 든든한 노후가 보장된 형편인데도 그는 퇴직 후 아내의 피부양자가 돼 건보료를 안 내도 된다. 그의 형편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의 직장가입자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조건(소득요건+부양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소득요건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합계액 4,000만원 이하 ▦사업소득 없음 ▦근로소득과 기타 소득 합계액 4,000만원 이하 ▦연금소득 4,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부양요건은 재산세 과세표준액 9억원 이하여야 된다. 김 이사장은 이 조건을 충족시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가 내년부터 연금을 전액 받으면 연금소득이 4,000만원이 넘게 돼 2016년부터는 피부양자 자격을 잃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은퇴 후 이자ㆍ배당ㆍ사업ㆍ근로ㆍ기타 소득이 없는 김 이사장이 지역가입자가 되면 평가소득(성별 나이 재산 자동차 등을 소득으로 추정)에 따라 월 건보료로 18만9,470원을 내야 한다. 결국 1년간 그가 지역가입자가 아닌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누리는 건보료 ‘무임승차’ 혜택은 총 227만3,640원이 되는 셈이다.

김 이사장은 “올해 초 서울 석촌동 지하방에 살면서 소득이 없던 ‘송파 세 모녀’는 지역가입자라 평가소득을 기준으로 계산된 보험료로 매달 5만140원을 납부해야 했다”면서 “반면 연금소득 수천만원에 5억원이 넘는 재산이 있는 전직 건보공단 이사장은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이 지난해 2월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반영됐으나 아직 개편방안이 나오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며 “모든 가입자에게 소득 중심으로 동일한 보험료 부과기준이 적용돼야 하는 건 상식이며 국제적 기준”이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