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투항 호소에도 "돌아가면 사형 아니냐" "야버지와 통화하고 싶다"
갑자기 한 발의 총성 자신의 왼쪽 가슴 쏴, 자살시도 전 메모 남겨
GOP(일반전초) 동료 병사에게 총기를 난사한 뒤 K-2 소총과 실탄을 휴대한 채 약 43시간 동안 고성군 현내면 소재 야산에서 도피 생활을 한 임모(22)병장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수색 병력이 부모와 함께 투항을 권유함과 동시에 빵과 식수 등 전투 식량을 전달하는 등 심리적 안정상태를 취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임 병장은 투항 대신 자살을 시도했고 끝내 생포됐다.
“부모에게도 총 겨눌 만큼 예민”
“부모 심정이 무너진다, 그만두고 자수해라”(임 병장 부모) “나는 어차피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데 돌아가면 사형 아니냐, 나갈 수 없다”(임 병장)
23일 오전 8시 20분, 총기난사 발생 지점에서 동쪽으로 7㎞ 떨어진 지역에서 임 병장이 수색 병력에 의해 포위된 후 자살 시도로 생포(오후 2시 55분)되기까지, 약 6시간 30분 동안 이 일대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0분 뒤인 오전 8시 30분, 특공연대 중대장을 비롯한 특공대 간부 3명은 “우리 모두 비무장이다, 사살할 의도가 없다”고 말하며 임 병장에게 7~8m까지 다가갔다.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임 병장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총기를 소지하지 않은 것이다.
임 병장이 특공대원에게 충분히 총을 겨눌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임 병장은 “아버지와 통화하고 싶다”며 마음을 바꿨다. 특공대원들은 임 병장에게 휴대전화를 던졌고 아버지와 통화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수색대는 허기가 진 임 병장에게 빵과 식수 등 전투식량도 전달했다.
이후 3시간이 흐른 뒤 임 병장의 부모와 형이 대치 현장에 도착해 눈물로 투항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군 당국자는 “임 병장은 가까이 다가가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데다 부모에게도 총을 겨눌 정도로 예민한 상황이었다”며 “비무장상태의 특공대 간부들도 극도의 긴장상태로 6시간을 보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펜과 종이 요구한 뒤 자살 시도
‘탕!’ 오후 2시 55분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갑자기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임 병장이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K-2소총으로 왼쪽 가슴 위쪽을 쏜 것이다. 이후 임 병장은 현장에 대기 중인 응급차를 타고 인근의 국군강릉병원으로 후송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임 병장이 의식은 있지만 출혈이 심해 강원 지역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있는 강릉동인병원으로 다시 이송했다”며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기에는 기상 상황이 좋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 병장은 자살 시도 20~30분 전인 오후 2시 30분쯤 수색대를 향해 펜과 종이를 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건네 받은 후 일정 분량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동기 등이 쓰여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내용은 파악되고 있지 않다.
수색대는 현장에서 임 병장이 소지하고 있던 K-2소총과 남은 실탄을 즉시 회수했다. 임 병장의 부모는 현장 지휘관에게 “아들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살리려는 노력에 고맙고 감사하다”며 울먹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임 병장이 자살을 시도하기 전 작성한 메모를 분석하고 있으며 임 병장은 회복하는 대로 헌병의 수사를 받은 뒤 군 검찰에 의해 군사법원에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GOP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장병 5명을 숨지게 한 만큼 형법상 살인죄와 군 형법상 상관살해죄 등의 적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