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인턴 모집해 협력업체에 배치 후 본사 채용 우대
고용디딤돌제 등 눈길 끌어… 희망이음 프로젝트ㆍ케이무브도 성과
"정규직 채용ㆍ전환 보장엔 한계, 고용 목표 세워야 효율적" 목소리도
성균관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이대강(36)씨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화분’을 파는 청년장사꾼이다. 중심각이 36도인 조각 케이크 모양의 실리콘 소재 화분에 다육식물을 심은 것이 그의 주력 상품이다. 28일 경기 고양시 원마운트쇼핑몰 영원(YOUNG ONE) 매장에서 만난 그는 “케이크 모양 화분은 사람들끼리 나눠가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칼로리가 없어 건강에도 좋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씨는 지난해 봄 세상에 처음 내놓은 케이크 모양 화분을 수 차례 개선해 재미를 더했다. 화분을 문지르면 아카시아향이 나도록 했고, 화분 한쪽에 ‘축하 노래 불러주기’ ‘엉덩이로 이름쓰기’ 같은 벌칙 쪽지를 꼽을 수 있게 했다. 그는 “꽃집에서 파는 식물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화분에 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케이크 화분은 디자인적인 재미와 호기심 모두 불러일으킬 수 있어 상품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가 화분을 파는 ‘영원’이란 가게 간판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민관합동 창업 지원프로그램인 ‘영원 프로젝트’에서 따왔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0원으로도 장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이씨는 “젊은(YOUNG) 장사꾼들이 모여 더 큰 하나(ONE)가 된다는 뜻도 있다”고 했다. 올해 5월부터 이곳에선 영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청년장사꾼 5명이 개발한 화분ㆍ장신구ㆍ가죽제품ㆍ가방ㆍ의류 등이 공동으로 판매되고 있다. 원마운트쇼핑몰에서는 보증금과 임대료(월 300만원) 없이 매장을 제공하고,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3년까지 무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돕고 있다.
5월 매출이 120만원 남짓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씨는 “케이크 화분을 알리는 시기로 생각한다”며 “창업은 청년취업난을 돌파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2%로 전체 실업률(4.1%)의 2배를 넘어섰다. 2000년대 7∼8%였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9%를 넘어선 뒤 올해 10%를 돌파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44만9,000명의 청년 실업자에 취업 준비생까지 더하면 약 116만명의 청년층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ㆍ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서로 협력해 청년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7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에도 고용디딤돌제 등 민간협력 방안이 담겼다. 이 제도는 대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집한 인턴을 협력업체ㆍ벤처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3년 이상 근무시 본사 채용 때 우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17년까지 민간에서만 16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연간 1,50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청년 해외 취업지원사업 케이무브(K-Move)를 통해 2012년 4,007명, 지난해(10월 기준)는 1,273명이 각각 해외로 진출했다. 올해 4년째를 맞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희망이음 프로젝트’ 참가자도 2012년 9,010명, 2013년 9,983명, 2014년 1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지역 우수기업과 청년 인재를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그 밖에 한국광해관리공단은 폐광지역에 있는 강원대 삼척캠퍼스에서 청년취업아카데미를 운영, 졸업자ㆍ졸업예정자를 5주간 교육한 뒤 현장실습을 거쳐 공단과 협력관계에 있는 광해(鑛害) 방지기업에 채용을 알선해준다. 보일러 설비 제조업체 함안BHI, 항공부품제조기업 하이즈항공은 경남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도내 5개 대학(창원문성대학ㆍ한국폴리텍VII대학ㆍ경남도립거창대학ㆍ경남도립남해대학ㆍ연암공업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해 교육하고 신규직원 채용시 우대한다.
다만 이런 민관 협력사업이 청년 취업자들의 정규직 채용ㆍ전환을 보장하지 못하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협력은 노동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미스매치, 무분별한 스펙 쌓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공급 중심의 취업 연계형 교육에서 벗어나 근로조건, 재무현황, 사업성, 전망 등 따져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 청년 일자리 폭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기업과 정부기관이 맺는 개별 협약은 보여주기에 치우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정부와 기업들이 모여 올해 고용목표를 정한 뒤 그 틀 안에서 개별 기업ㆍ정부기관 간의 협상이 이뤄지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채용된 인턴들이 잘 하고 있는지, 기업들이 인턴제를 악용하고 있진 않은지 사후 관리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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