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0명 전원 제주항서 하선 거부
사상 처음 있는 일 관광업계 당황
‘사드 몽니’ 수위 갈수록 높아져
크루즈선박을 타고 제주를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3,400여명이 제주항에 도착하고도 하선을 거부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들을 기다리던 전세버스와 관광 안내사가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중국의 ‘사드 몽니’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11일 오후 1시쯤 국제크루즈선박인 코스타 세레나호(1만1,000톤급)가 제주항 외항에 기항했지만, 배에 타고 있던 중국인 관광객 3,400명 전원이 배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배에 타고 있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중국 모 기업의 인센티브 관광단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크루즈선은 제주에 기항한 지 4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5시쯤 다음 기항지인 중국 톈진으로 출항했다. 국제 크루즈선박들이 제주를 찾은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20여년간 승객 전체가 하선을 거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도 관계자는 “크루즈가 제주항에 접안하는 순간까지 선사측도 승객 하선 거부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며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기업 인센티브관광단 내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인 관광객들의 갑작스런 하선 거부로 입국 수속 등 출입국ㆍ통관ㆍ검역(CIQ) 요원들을 비롯해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기 위해 장시간 대기했던 전세버스 80여대와 관광안내사, 면세점 등은 허탕을 쳤다.
제주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에 도착한 후에도 배에서 내리지 않은 것은 한국 땅조차 밟고 싶지 않다는 뜻 아니냐”며 “한국 방문금지가 시행되는 15일 이전부터 이처럼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 정부의 방한 관광 중단 지시로 현재까지 크루즈선박 4척이 제주 기항을 취소한 상태다. 3척은 16일부터 6월말까지 67회를, 나머지 1척은 4월부터 8월까지 15회를 각각 취소했다. 당초 제주에는 올해 20개 선사가 28척의 크루즈를 총 703회 운항할 예정이었지만, 16일 전후해 다른 크루즈선의 기항 취소 사례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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