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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문학의 두 거장 '공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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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문학의 두 거장 '공감 풍경'

입력
2015.01.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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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무라카미 하루키ㆍ오자와 세이지 지음

권영주 옮김

비채ㆍ364쩍ㆍ1만4,000원

문장가와 음악가의 만남은 종종 감동적인 풍경을 낳는다. 독일의 여류 소설가 루이제 린저는 작곡가 윤이상과 나눈 시간을 기록한 ‘운명’으로 서로의 삶에 깊이 공감하는 영혼의 울림을 전했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80)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6)가 일년 동안 나눈 대화의 기록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에는 음악을 화두로 삼아온 두 거장의 여과 없는 언어가 생생히 살아 있다.

“들어본 적도 없는 말러의 음악을, 악보로 보고 강한 감명을 받았다는 이야기에는 기절초풍했다.”(177쪽) 2011년 도쿄의 작업실에서 오자와 세이지와 대담을 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심정적 반응이다. 오자와는 말러의 독특한 관현악 작곡법에, 하루키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작곡의 관례를 비웃는 접근 방식에 각각 놀랐지만 그것은 두 사람을 굳게 묶어주는 동아줄이었다. 이미 일가를 이룬 두 사람이 그런 식으로 음악을 공통분모 삼아 공감을 나누는 풍경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소재에도, 수준에도 구애 받지 않는다. 한없이 열린 형식으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리스 철학자들을 연상케 한다.

사담이나 한담으로 흘러간다 싶으면서도 절묘하게 클래식으로 환원하는 이야기 형식은 공식 부문과 비공식 부문의 경계를 허문다. 결국 틀을 깨는 장치다. 독자는 어느새 자신이 예술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단행본을 쓸 정도로 조예가 있는 하루키의 재즈 이야기도 책의 흥취를 더한다. 위험하니 절대 가면 안 된다고 하는 흑인 재즈 클럽에 가서 진짜 음악, 특히 블루스를 발견한 이야기 등이 그렇다.

책은 하루키의 기획으로 이뤄진 일 년 간의 프로젝트 인터뷰를 뿌리로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삶에 끼어든 운명의 장난을 되받아 친 결과다. 식도암으로 큰 수술을 한 뒤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 못하던 오자와와 만날 기회가 생긴 하루키가 음악 애호가답게 애장 레코드에 대해 말을 건넨 것으로 시작한 대기획이다.

오자와는 2011년 11월 이렇게 썼다. “수술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카라얀, 카네기홀 등 생활에 쫓겨 잊고 있었던 기억이 줄줄이 흘러나왔으니.…(중략)…하루키씨 고마워요. 엄청난 추억이 되살아났어요. 게다가 뭔지 몰라도 아주 정직하게, 많이 나오군요.” 이럴 때, 인간은 기억의 총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오자와 세이지(왼쪽)와 무라키미 하루키. 비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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