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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KBS사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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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KBS사태(사설)

입력
1990.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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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또 뒤숭숭 하다. 불안의 먹구름이 깔려 오는 것 같다. 거대여당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내분에 휘말려 정치는 벼랑에 몰리고 있다. 이렇게 침울한 판국에 공영방송인 KBS 전파가 정상을 이탈하여 심한 진통에 빠져들어 온 국민에게 쓴맛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오늘의 KBS사태는 막연하게나마 예상은 해온 터이다. 신임 사장의 취임을 싸고 마찰과 대립은 어느 정도 있으리라 생각은 했다. 그러나 사태는 급전직하처럼 악화되어 극한 대립,극한 투쟁으로 번져간다.

신임 서기원사장이 KBS이사회에 의해 선출되면서 노조측은 취임 저지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의 저지선을 피해 강행된 취임식이 끝나자 상황은 돌변하고 만 것이다. 회사측은 즉각 공권력 개입을 요청했고 경찰은 1백17명의 농성사원을 연행해 갔다. 이런 가운데 12일 밤 9시 뉴스가 중도에 중단되는 불상사가 생기고 사실상의 파업으로 돌입하며 정규방송의 궤도가 흔들리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왜 이리 성급하고 과격하기만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공권력 개입 요청이나 개입이 신속했다기 보다 신중을 잃고 성급했다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신임사장에 대한 반발과 취임저지는 예기되었던 바이므로 사전에 충분한 정지작업이 있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일부 간부들마저 지적하는 것처럼 너무나 성급히 경찰을 투입케 한 처사는 지나친 공권력 만능주의에서 나온 조급성 탓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더군다나 방송이라는 지적집단임을 감안할 때 무모한 강압책이 오히려 더 격렬한 저항을 불렀다고 해도 할말이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이 이번 사태에서 노조의 행동을 정당화 시킨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먼저 인사권에 대한 무리한 도전의 측면이 없지 않았는지 냉철하게 반성해 봄직하다. 사장의 진퇴가 곧 방송탄압과 공영에 대한 침해와 연결된다는 경직된 자세도 지적받아야 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방송중단이라는 극한 상황을 빚어낸 것은 노조를 넘어 방송인의 자학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귀담아 듣기를 바란다.

여기서 우리는 방송이 차지하는 무거운 위치와 비중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파매체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심장의 고동과 비교한다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나라와 사회에 비상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정규방송이 진행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KBS의 상황은 단순한 노사문제로만 볼 수 없을만큼 파급 영향과 국민에게 주는 충격은 엄청나다. 이것은 또한 방송인만의 문제일 수가 없다. 당사자들은 빨리 국민의 경악과 충격을 진정시켜 줄 책임이 있다.

우리는 이런 의미에서 당장 정부와 노사 쌍방 모두의 냉정회복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전파를 볼모로 잡는 듯한 대립과 투쟁은 결국 국민을 볼모로 잡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는 안된다. 이성을 갖춘 방송인들의 판단력에 호소하고자 한다. 초미의 과제는 방송의 정상화 임을 알아 달라.

우리는 아무도 방송의 파행적 진행이나 중단이라는 놀라운 불행과 비극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방송의 자율이나 공영의 수호는 인사문제와 분리해서 얼마든지 요구하고 관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투쟁방식은 끝까지 합법과 준법의 테두리에서 전개되어야 지지기반을 한층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KBS의 비상은 방송만의 위기가 아님을 인식하기 바란다. 사회의 심장인 방송의 고동은 어느 누구라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신념임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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