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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축이란 삶의 꿈을 현실로 가져오는 작업’, SKMA 민성진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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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축이란 삶의 꿈을 현실로 가져오는 작업’, SKMA 민성진 건축가

입력
2017.10.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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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담당기자가 건축가 인터뷰를 청했으니 의아할 수도 있겠다. 계기는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인천의 중고차 매매단지 ‘엠파크 허브’에서 중고차를 사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전에도 중고차 매매단지를 여럿 다녀봤지만, 이렇게까지 밝고 믿음직한 건물은 처음이었다. 중고차 매매업자의 사무실과 매물이 전시된 주차장이 같은 층에 있었는데 마치 한 공간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식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중고차 매매단지는 대부분 한 층의 높이가 2미터도 되지 않을 듯한 어두운 주차장이었고, 차를 보고는 계약을 위해 상사 건물로 이동할 때 길을 잃을 법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건축학 석사 출신이라 자연스레 엠파크 허브를 누가 설계했는지 궁금해졌다. “이 정도라면 분명 꽤 유명한 건축사 사무소의 솜씨일 텐데.” 혼잣말을 웅얼거리며 엠파크 허브를 설계한 사무소를 찾으니 최근작 ‘아난티 코브’로 유명한 민성진 대표의 SKMA(SKM ARCHITECS, SKM 건축사사무소)다. 알고 보니 엠파크 허브는 기능적으로 잘 설계된 건물이지만, 그의 다른 건축물과는 사뭇 달랐다. “이렇게 이질적인 느낌이 뒤섞인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SKMA에 연락해 민성진 건축가의 인터뷰를 요청하니 바쁜 스케줄로 시간 맞추기조차 어려웠다. 어렵게 추진해 60분을 약속 받았고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으로 시작된 인터뷰는 약속 시간을 훌쩍 지나 4시간 동안 이뤄졌다.

Q.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는 대부분 건축물의 형태로 드러난다. 그런데 SKMA는 그렇지 않다. 아난티와 함께한 프로젝트들 조차 외형이 서로 다르다. 중고차 매매단지인 엠파크 허브처럼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담기는 건축물의 외형은 더욱 다르다. 어떤 게 SKMA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는가?

아이덴티티는 외적으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형태의 틀을 가지고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계속 그 틀에 억지로 집어 넣는 방식으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건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택, 사무실, 교회까지도 한 가지 형태에 집어넣는, 프로그램을 형태에 끼워 넣는 그런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기능, 성능, 모양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건물에 나타나면서 건축물들이 건축가의 특성을 내포해 개성이 뚜렷한 연결성을 갖는 것.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는 이런 방식으로 나타나야 한다.

외관만으로는 SKMA의 다른 프로젝트와 다른 엠파크 허브를 보고, 건축가들 중에서는 SKMA가 한 줄 알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엠파크 허브를 아난티의 형태로 만들 순 없다. 엠파크 허브는 엠파크에 맞는 디자인을 한 거다. 총체적인 프로그램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기능을 잘 담아 건물의 용도에 맞으면서도, 이 모든 것들이 외관으로 드러나면서 건물 자체가 주는 느낌, 이런 모든 것들이 다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엠파크 허브. 사진=남궁선
엠파크 허브. 사진=남궁선

Q. 엠파크 허브는 SKMA가 했던 다른 프로젝트들과 유독 다른 편이다.

SKMA는 리조트 또는 호텔 프로젝트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그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실험성과 완성도를 겸비한 생명력 있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을 추구한다. 동화엠파크와 함께 진행한 중고차 매매단지 ‘엠파크 허브’도 처음 시도하는 분야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엠파크 허브는 외관의 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의 기능과 프로그램 등 여러 면에서 잘 완성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입면의 경우 서쪽 오후 햇빛을 잘 이용해서 직접광선을 막아주면서 간접 빛이 은은하게 들어오게 디자인했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오후 시간에 쾌적하고 은은한 간접 빛이 들어오는 공간이 연출돼 전시된 차가 잘 보인다.

자동차 매매 단지는 차를 가져와서 전시했다가 파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차가 들어오면 점검해서 매입하고 상품화시키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이 모든 과정들이 이어지는 동선을 잘 계획해야 한다. 방문자의 동선, 매매상사에서 일하는 딜러의 동선, 자동차를 상품화하는 기술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고 원활하게 이루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엠파크 허브가 가지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차를 매입해야 좋은 차를 고객들에게 팔 수 있기 때문에 매입할 차의 성능점검을 철저히 해 적정한 금액에 차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 성능점검센터가 바로 동화엠파크가 추구하는 가장 핵심적인 시설이다. 동화엠파크는 중고차 시장의 상도덕과 신뢰성 회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구매자가 엠파크 허브에 들어올 때 주출입구 바로 옆 투명유리를 통해 점검센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매입하는 모든 차들을 점검해서 이 차의 상태와 정확한 가격을 알려주는 것, 이것 때문에 동화엠파크가 신뢰성을 가질 수 있는 거다. 구매자 만이 아니라 중고차 매매상에게 꼭 필요한 가능이다. 중고차 매매 단지는 단순히 주차장에 차를 전시하는 시설이 아니다. 하나의 공장처럼 굉장히 효율적인 기능이 있어야 한다.

동화엠파크는 매우 오랫동안 중고차 매매단지를 운영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세밀하게 잘 알고 있었고 운영자로서 전문성이 있었다. 동화기업 승명호 회장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프로젝트 담당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듣고 배웠다. 나는 특히 새로운 분야의 건축물을 설계할 때 그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배우는 것을 즐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직업과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엠파크 허브 입면. 서쪽에서 직접적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걸 막아 준다. 사진=남궁선
엠파크 허브 입면. 서쪽에서 직접적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걸 막아 준다. 사진=남궁선

Q. 엠파크 허브를 조립식 건물로 지어 시공비를 많이 절감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엠파크 허브는 조립식 건물이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이하 PC) 공법을 활용해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공사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동화엠파크는 딜러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사비를 절감하면서 좋은 건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국내에는 PC 공법을 사용한 건물 중 디자인이 좋은 건축물을 찾아 보기 힘들다. PC공법을 사용해서도 훌륭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을 갖고 프로젝트에 임했다. 대규모의 예산이 아니어도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기존의 중고차 매매단지의 이미지와 개념을 바꿀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Q. 이런 게 바로 잘 된 설계의 힘이 아닐까? 아직 우리나라는 설계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설계비’라는 게 공사비에 비해서는 굉장히 적다. 특히 한국은 OECD국가 중 설계비가 낮은 국가다. 하지만,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공사비가 10%~30%까지 아무런 효과도 없이 늘어날 수도 있다. 또한 비싼 재료나 복잡한 공법을 사용하지 않고, 적당한 비용으로도 훌륭한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설계에 의해 가능하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가 설계이다. 그것이 건축주가 좋은 설계를 하는 건축 사무소를 찾는 이유이고, 건축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을 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난티 코브. 사진=윤준환
아난티 코브. 사진=윤준환

Q. 현재 한국 리조트에서 가장 ‘핫’한 건물을 설계하셨다. 아난티 코브는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SNS에서 특히 인기다. 잡지를 비롯해 건축 특화된 매체만이 아닌 일반 매체에서도 아난티 코브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아난티와 힐튼 호텔이 함께 자리한 아난티 코브는 정말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물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에도 굉장히 정성을 쏟아 설계했다. 아난티 코브에 온 사람들이 건축가가 세심한 곳까지 배려하고 정성을 기울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난티 코브를 다녀오신 분이 SKMA 전화를 해서 꼭 민성진 건축가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70 평생 살면서 이 건물을 어떤 건축가가 설계했는지 궁금한 적이 없었는데, 아난티 코브에서 처음으로 설계한 건축가를 알고 싶어졌다. 가족들과 함께 아난티에서 너무 훌륭하고 각별한 시간과 경험을 가졌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 너무 좋았다고 꼭 말하고 싶었어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정말 감사하다.

가평에 자리한 아난티 클럽하우스 서울. 사진=송재영 에머슨퍼시픽 제공
가평에 자리한 아난티 클럽하우스 서울. 사진=송재영 에머슨퍼시픽 제공

Q. 가장 주목 받는 작품은 대부분 아난티와 함께 했다.

아난티 코브의 디벨로퍼인 에머슨 퍼시픽(대표 이만규)은 우리의 철학과 소신을 믿고, 존중해주는 회사이다. 항상 우리 회사의 작업들이 그 분야의 벤치마킹 대상과 시대를 선도하는 롤모델이 될 정도로 창의적이며 완성도 있는 건축물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개성 있는 단독주택들과 사옥들, 헤르만 타운 하우스, 아난티 골프 클럽 하우스,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동부산 힐튼 호텔, 숭실대학교 형남 공학관, 운경재단 실버 타운, 서교동 자이 모델 하우스, 동화 엠파크와 함께 작업한 엠파크 허브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좀 더 의미 있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건축물을 완성하려고 노력해왔다. 우리는 현재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가고 있으며, 건축이 사람들의 사고의 틀을 확장하고 행동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새로운 잠재력과 기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려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작업이 건축 문화에 기여하고 기준점을 높여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가평 아난티 클럽하우스 서울. 사진=남궁선 에머슨퍼시픽 제공
가평 아난티 클럽하우스 서울. 사진=남궁선 에머슨퍼시픽 제공

Q. 건축가는 좋은 건축을 위해 어디서부터 고민해야 하는가?

“건축은 삶의 꿈을 현실로 가져오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단계부터 미리 건축주를 비롯해 관계된 사람들과 긴밀하게 논의한다.

예를 들어 중고차 매매단지인 엠파크 허브의 경우 그 곳에서 직접 일하는 딜러들의 꿈이 있고, 그 건물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입장인 동화의 꿈이 있다. 여러 사람들의 복합적인 꿈이 담겨있는 게 건축물이다. 그리고 건축물로서의 공공성을 가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한 사람의 꿈을 쫓아 가는 게 아니라 많은 이들의 꿈과 이상의 균형을 잘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이해 해야 한다.

서교동 자이 모델하우스. 사진=송재영
서교동 자이 모델하우스. 사진=송재영

Q. 사람들의 욕망은 어떻게 파악하나?

결국은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며 이 욕망들 또한 계속 변화한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이다. 건축물을 디자인 할 때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건축주를 대할 때, 부담 갖지 않고 대화를 통해 배우면서 디자인의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최근에는 실버타운 디자인을 하고 있다. 건축주는 노인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이라 실버타운에 대한 이해가 높고 잘 알고 있다. 실버 타운을 하면서 노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됐다.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죽음을 맞이하는 구나, 가족들은 이런 고통을 받는 구나, 본인도 이렇게 삶은 돌아보며 돌아가시는 구나 이런 걸 많이 알게 됐다. 노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책도 많이 읽었다. 노화에 관한 것, 죽음에 관한 것. 요양원 자체를 분석한 책도 있다. 건축주가 추천해주신 책도 많이 읽게 되고 그 분야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고차 매매 단지인 엠파크를 운영하는 동화기업 역시, 중고차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그걸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아 우리를 찾은 것이다.

Q. 좋은 건축은 사람들이 원하는 걸 실현해 주는 것인가?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단순히 실현해주는 것을 넘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려 한다. 건축주는 막연하고 정리되지 않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 꿈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건축물을 직접 설계하여 본인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는 없지만, 완성된 건축물을 통해 본인들이 꿈꾸어왔던 것들과 부합하는 지 안 하는 지를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다. 막연히 꿈꾸는 걸 현실로 구체화 시켜주는 게 바로 건축가다.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를 지속적으로 묻고 탐구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우리의 도시가, 우리가 살고 싶은, 우리의 꿈이 담겨 있는 곳인가? 현재 많은 건축물들과 건축을 규제하는 법규들이 과연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 우리가 살고 싶은 곳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사고를 바탕으로 이루어 진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SKMA’는 건축주와 함께 긴밀하고 진지하게 고민한다. 미처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찾는다. 건축주가 ‘역시 훌륭한 건축사무소와 함께 일하면 만족스러운 건물이 나오는 구나’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건축물을 짓더라도 꼭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는데 기여하고 싶다. 유명 건축가가 설계를 하면 건물이 불편하고, 하자가 있고, 기능적이지 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분이 가끔 있다. 이런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건물들이 모이면 또 도시가 멋있어 지고 공공성도 만족시켜준다.

SKMA 사옥을 지을 때 우리가 일하고 싶은 공간이 어떤 곳인 가를 고민했다.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 일하고 싶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싶은 지, 이 건축물이 들어서는 주변에 어떻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지 생각해서 디자인에 반영했다. 건물을 짓는다는 일은 길고 어려운 여정이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을 때 그 여정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KMA 사옥 회의실
SKMA 사옥 회의실

Q. SKMA 사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인터뷰 중인 회의실은 마치 갤러리 같다. SKMA 설계 모형들과 사진, 많은 책들 사이에 특히 ‘말 오브제’가 눈에 띈다.

말 오브제를 만들기 시작한지 한 15년 정도 되었다. 자동차 부품들을 폐차장에서 가져다가 말 모양을 만들었다. 버려진 것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었다. 말 오브제를 보고 갖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에게 버려진 것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으로 변할 수 있다.

SKMA 사옥 회의실에 전시된 말 오브제와 자동차 부품들
SKMA 사옥 회의실에 전시된 말 오브제와 자동차 부품들

Q. 자동차 부품으로 말 오브제를 만든 이유는?

인류 문명이 말로 인해서 굉장히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더 멀리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새로운 것을 보고 견문을 넓히게 됐다. 말,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까지 사람이 직접 가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들. 이 중에서도 말과 자동차를 좋아한다. 사실 기계는 다 좋아하는 편이다.

자동차를 좋아해서 다양한 차를 많이 타봤다.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건 포르쉐 911 컨버터블이다. 911 컨버터블의 지붕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쭉 뻗은 길을 달리던 그 경험과 느낌, 그날의 기억이 강렬하고 생생하게 남아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이었다. 성능도 훌륭하지만, 고장도 잘 안 나고, 기능적으로 완벽하지만 감성적으로도 강렬한 경험을 안겨주는 포르쉐 911 컨버터블 같은 건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건축과 자동차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Q. 건축가 민성진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어떤 것인가?

건축은 우리 도시를 만들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꿈꾸는 환경을 함께 이루어가는 일이다. 나는 건축가로서 건축을 통하여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건축가는 한 분야의 프로페셔널로서 힘들게 일 하지만, 이 일로 더 나은 사회가 되어가기를 바라며 일하고 있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민성진 건축가
민성진 건축가

# 민성진 건축가

민성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다. 부산 출생으로 청소년기는 미국 LA에서 성장했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알버트 C. 마틴 어소시에이트와 손학식 건축사 사무소에서 10년 이상 실무 경력을 쌓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1995년 SKM 건축사 사무소를 설립했다.

SKMA의 작품은 언제나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가평 아난티 클럽하우스는 2012년 <뉴욕타임스> 선정,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건축 45’에도 선정되었고, <모노클>(2011년 11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이 외에 SKMA는 힐튼 호텔 해운대 현상설계, 1등 당선 (2012), 금강산 아난티 골프 & 온천 리조트 -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준공부문), 농림부 장관상 (2009),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 - 한국 최고의 리조트상, World Travel Awards (2009), GS XI 주택문화관 - 굿 디자인 어워드, 최고상(대통령상), 산업자원부 주최 (2007),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 - 한국공간디자인대상, 문화관광부 주최 (2007),OPUS 빌딩 - 한국건축가협회상 (1999) 등 다양한 수상 이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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