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민심 달래기 행보 후 오후에 9박12일 일정으로 출국
콜롬비아ㆍ페루ㆍ칠레ㆍ브라질 방문
野 "중요한 결정 미루고 떠나나" / 靑 "외교ㆍ국익상 불가피한 일정"
박근혜 대통령이 중ㆍ남미 4개국 국빈방문을 위해 16일 오후 출발한다. 세월호 참사 발생 1주기라는 민감한 시기를 감안해 박 대통령은 당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하는 등 민심을 달래는 행보를 한 뒤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등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출국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정상외교라는 국익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0일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은 16일 오후 출발해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등 4개국을 차례로 방문하고 27일 귀국한다”고 발표했다. 콜롬비아에서 2박, 페루에서 3박, 칠레와 브라질에서 각각 2박을 한 뒤 귀국하는 9박 12일의 일정이다. 주 수석은 “박 대통령은 4개국 정상들과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우리의 전통적 우방이자 미래 협력 동반자인 이 국가들과의 오랜 협력 기반을 새롭게 강화할 것”이라며 “방위산업과 전자정부, 보건의료, 교육 등 고부가가치 협력을 강화하고 창조경제를 전파하는 방안을 협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16일에 출국하는 것에 대해 “국익을 고려한 불가피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올 초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요청했고, 15~17일 중에 방문해 달라는 의견을 최근 전해 왔다”며 “16일 출국을 피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논의했으나, 상대국이 있는 외교일정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콜롬비아를 브라질 다음의 마지막 방문국으로 돌리는 등 일정을 조정해 출국일을 18일로 바꾸는 방안을 타진했으나, 콜롬비아 정부에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그간 박 대통령의 16일 출국이 여론의 향배에 미칠 파장 등을 놓고 고심해 왔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당일 세월호 추모 행사 참석을 약속하고 출국 시간을 오후로 특정한 것도 여론의 향배를 의식한 판단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국내 일정은 임박해서 발표하는 것이 관례였고, 해외 순방 때도 출국시간이 오전 또는 오후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1주기 당일 경기 안산에서 열리는 합동분향식에 참석하거나 단원고등학교 또는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하는 일정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경호문제 등 때문에 구체적 일정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행보를 통해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1주기를 전후해 열리는 여러 추모 행사들에 각 부처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을 빠짐 없이 참석하게 해 정권 차원의 성의를 보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주기를 전후해 내놓을 추모 메시지를 놓고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고 수습 과정에서 다수의 민심과 동떨어진 대응으로 국정운영 지지도가 떨어졌고 1년 가까이 국정동력마저 소실됐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즉각 비난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중요한 결정을 미뤄둔 채 외교 순방을 떠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진상규명 의지가 있는지, 세월호 참사의 그 날을 기억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묻는다”고 공세를 펼쳤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