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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엄마’가 경찰청장에게 감사 편지 보낸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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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엄마’가 경찰청장에게 감사 편지 보낸 사연은?

입력
2018.07.01 20:00
수정
2018.07.01 20: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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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학부모

학교전담경찰관 관심 덕분에

방황 벗어난 감사 편지 보내

경찰청, 6월 학교밖 청소년 찾아

2618명 선도 지원활동 성과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A군 어머니가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보낸 손편지. 경찰청 제공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A군 어머니가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보낸 손편지. 경찰청 제공

‘이OO 경위님은 저와 제 아들 생명의 은인입니다.’

지난달 22일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29일 정년퇴임) 앞으로 한 글자씩 정성을 담아 꾹꾹 눌러쓴 A4 네 장 분량 편지가 배달됐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A(18)군 어머니 최모씨가 보낸 것이다. ‘자식 키우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문제아 엄마였다’는 최씨 편지에는 자퇴와 가출, 학교폭력과 술ㆍ담배를 일삼던 아들이 학교전담경찰관(SPOㆍSchool Police Officer)인 양천경찰서 소속 이모 경위를 만나 학교와 가정으로 돌아간 사연이 담겼다.

A군은 한때 ‘영재’ 소리 들을 정도로 학업 능력이 우수했지만 아버지 사업 실패와 부모 이혼으로 방황, 가출을 일삼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해 6월 자퇴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 3월 다른 학교로 복학했지만 급우들의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급기야 자신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됐다.

5월 21일 A군 징계를 논의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최씨는 이 경위를 처음 만났지만, 이 경위는 A군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가출 신고가 5차례 접수된 전례 때문. 학폭위 이후에도 A군과 꾸준히 접촉한 이 경위는 최씨가 지병을 앓는데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을 알고 주변 도움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최씨는 ‘저희 사정으로 목동에 있는 학원은 꿈도 못 꾸는데 경위님이 수소문해 주신 덕분에 국영수 학원을 (무료로) 다니게 됐다. 학교폭력으로 강제 전학하게 된 아들을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에 알아봐 주셔서 면학 분위기가 좋은 학교로 옮기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A군은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할 정도로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최씨는 ‘너무 힘들어 아이를 데리고 자살을 준비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아들의 말투와 행동이 달라지고 검사의 꿈까지 갖게 됐다’라며 ‘제 아들처럼 방황하는 아이들이 경찰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반성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경찰청은 6월 한 달간 ‘학교ㆍ가정 밖 청소년 일제 발굴기간’을 운영한 결과, A군 포함 총 2,618명의 위기청소년을 발굴, 선도ㆍ지원활동을 했다고 1일 밝혔다. 선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 위기청소년들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을 찾거나 SPO들이 학교 부적응과 가정환경 등으로 탈선하는 청소년을 심층 면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성과로 ▦SPO가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을 시도하려는 학생을 면담해 전문기관에 연계하고 가해학생 처벌 절차를 진행한 사례 ▦SPO가 아버지 학대 등으로 자퇴한 학생을 학교로 돌려보내고 실종수사팀과 함께 14년 전 헤어진 학생 어머니를 찾아준 사례 등이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과 ‘가정 밖 청소년’은 각 35만8,000명, 23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은 학령인구의 5.8%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체 소년범의 40.9%(2017년 기준)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선도와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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