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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지배하는 로펌] <1> 전관 싹쓸이로 권력기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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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지배하는 로펌] <1> 전관 싹쓸이로 권력기구화

입력
2013.03.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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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그 해 퇴임한 판사와 검사 125명 중 절반 가까운 62명이 로펌에 재취업했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나타난 6대 로펌(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율촌 화우) 소속 변호사 1,672명 중 348명(20.8%)이 판ㆍ검사 출신이라는 사실도 로펌의 '전관 싹쓸이' 현상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로펌은 이에 대해 '오랜 기간 쌓은 전문성과 경력을 보상하는 통상적인 채용'이라고 말한다. 월평균 1억원에 달하는 고액 보수 논란에 대해서도 '경력과 전문성에 대한 합당한 보수이며 부적절한 전관예우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이 단순히 변호사로, 법적 전문가로서만 활동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로펌은 이들의 '이름'과 '직위'를 사는 것이고, 전관들은 퇴직 전의 '인맥'과 '지연' '학연' 등 갖가지 연줄을 엮어 공직사회에 영향력과 압력을 행사한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평소 피의자를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부장검사가 갑자기 '선처 여부를 한 번 검토해 보라'고 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은 후'라는 것이다. 한 현직 검사는 "한때 모셨던 부장이 사건과 관련해 이틀이 멀다 하고 전화하는 건 물론 동창인 검사장을 통해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로펌의 변호사들은 "변호사로서 검토를 해달라는 당연한 요구"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압박을 마냥 무시한다는 건 현직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관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 때문이다. 한 검사는 "전관의 무서움은 안좋은 입소문이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관들이 말이 안 먹히는 검사에 대해 친한 검사장 등 고위간부들에게 대놓고 험담을 할 경우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로펌 소속 전관에 찍혀 한직으로 발령났다는 몇몇 인사들의 이름이 정설처럼 전해온다.

문제는 로펌 전관들의 이 같은 '활약'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그들은 선임계를 내지 않고 '조커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관 출신의 한 로펌 변호사는 "내가 맡은 사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원장 출신의 고문 변호사가 처리하는 식이라고 보면 된다"며 "판결로 가면 패소할 사건도 전화 몇 통이면 조정이나 화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조커 변호사는 고위직 법관, 검사장 이상 출신들의 몫이다. 통상 큰 사건에서 10여명 이내의 팀이 소송을 담당할 경우 조커 변호사들은 고위 현직과의 '고공 플레이'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고액의 보수가 지불된다. 물론 활동이 은밀하니 보수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한 로펌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기 때문에 보수는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탈세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부산고검장 퇴임 후 태평양에서 17개월 동안 16억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 기간에 선임계를 내고 일한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관예우뿐 아니라 후관예우는 더 문제다. 로펌으로서는 전관들이 나중에 다시 고위공직자로 롤백할 경우에 대비해 보험성 대우를 해준다. 공직사회는 또 이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몰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전관들과 현직 공직자들, 로펌 사이에 3각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펌이 전관을 통해 힘을 발휘하면 공식적으로 결정돼야 하는 사안들이 비공식적, 사적으로 결정되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로펌의 영향력 증대와 반비례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입는다는 점에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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