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안일 아니다”인식 확대
법원 접수 사건 2년새 15배
치료감호ㆍ친권정지 등 늘어
접근금지 기간에 자녀들 회유
사후 관리ㆍ감독 여전히 미흡
A(12)양은 초등학교 3학년이던 4년 전부터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아왔다. 아버지는 A양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폭언을 하며 집 밖으로 내쫓는 등 상습적으로 괴롭혔다. 다행히 법원이 나서서 아버지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1년간 A양에 대한 접근 금지와 함께 병원치료 등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A양은 이 기간 중에 아버지가 치료를 제대로 받는지, 또 다시 인면수심의 모습으로 자신 앞에 나타나는 게 아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아동학대 범죄자에게 형사처벌 대신 법원이 사건 심리를 통해 학대 행위 정도 등에 따라 치료감호ㆍ접근제한ㆍ친권 정지 등 처분을 내리는 ‘아동보호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 대부분이 보호자가 가해자인 ‘가정 내 범죄’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학대 행위를 한 부모라도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해 더 큰 범죄를 사전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결과다.
5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2014년 법원에 접수된 아동보호 사건은 144건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122건으로 8배 가량 폭증했다. 지난해 역시 전년보다 2배 가량 증가한 2,217건에 이르렀다. 이처럼 법원의 아동보호 사건 접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의붓딸을 폭행, 사망케 한 ‘울산 계모 사건’등 최근 발생한 가정 내 학대ㆍ폭행치사 사건의 영향이 꼽힌다.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 내 범행에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2014년 1만7,791건에서 지난해 2만9,669건으로 급증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언론보도 등으로 주변의 아동 학대 행위에 대한 관심과 신고가 늘어났다”며 “과거에는 ‘남의 집안 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범죄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동 학대를 전담하는 일선에선 주변의 신고로 아동보호 사건 접수 대폭 늘어난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2년 전 경기도에선 가정폭력 등으로 아들(15)에게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한 남성이 철저한 감독이 따라붙지 않는 틈을 타 자녀들에게 접근해 회유와 협박을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년 사건을 담당했던 한 판사는 “1년간 가해부모와 아동의 접근을 금지하는 명령을 했지만 수개월 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지냈던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법원이 보호처분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 상시적으로 관리ㆍ감독을 병행하는 체제를 마련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행정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법원 관계자는 “관리ㆍ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법원이 보호처분 결정을 하면 경찰에 바로 알려져 접근금지 조치 등이 제대로 집행되게 하는 제도도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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