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의 비공개 원칙과 상충
‘아래 지역이나 병원 방문은 당분간 자제.’
2일 오후 세종시에 인접한 KTX 오송역에는 이런 ‘당부 사항’이 적힌 ‘KORAIL’(코레일) 명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메르스 예방지침’이란 제목의 안내문은 다른 공고문들과 함께 압정 6개로 안전하게 3층 로비의 승객 눈이 잘 띄는 곳에 게재됐다. 기자가 다른 공고문들과 이 안내문을 비교한 결과, 양식이나 서체는 동일했다.
문제는 문구 아래 열거된 ‘메르스 환자 최초 발생지역’과 ‘환자 접촉 병원’명단이었다. 코레일은 발병 지역인 경기 ‘P’시와 또 다른 ‘S’시 이름을 공개했고, 해당 지역 메르스 확진자 진료병원 5곳도 특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의 종합병원 2곳을 비롯해 충남 소재 대학병원 등 4곳의 병원명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 같은 코레일 측의 공고문은 보건당국의 지역과 병원 비공개 원칙에 대한 논란이 이는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날 메르스 3차 감염자 2명이 발생하고, 감염자 2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론은 해당 지역과 병원 이름 공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정부 방역에 구멍이 뚫린 만큼 엉뚱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병원 밖을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없고 만약의 경우 공포감만 키운다며 이를 거부한 상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당국의 비공개 원칙으로 해당 병원을 모르고 찾는 국민들의 감염 우려도 있다는 지적에 “그런 고민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2ㆍ3차 감염자들은) 보건당국이 관리하는 격리대상자들의 ‘의료기관 내’에서 감염된 것이기에 아직은 전염병 위기 경보수준을 ‘주의’로 유지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공개하지 않는 게 맞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재 대책본부는 의료기관에만 메르스 관련 지역과 병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코레일의 메르스 안내 정보는 정부 당국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검역체계를 다시 한번 노출시킨 것이란 지적이다. 논란의 한 가운데 서게 된 코레일 측은 이날 밤 “코레일은 문제의 공고문을 붙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해당 역사에 문제의 공고문을 떼라고 했으며, 현재 누가 이를 붙였는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오송=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대전=허택회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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