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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업고, 개찰구 밑으로… 부정승차 13%는 아동

입력
2016.03.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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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13세 지하철 요금 450원

얌체 부모, 죄의식 없이 통과시켜

‘요금 내면 손해’ 뒤틀린 정서 확산

최근 2년간 벌금 6900만원 부과

“실제 부정승차는 10배 이상 될 것”

사리분별 가능한 나이 아이도 상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멀리 갈 것도 아닌데 애가 공짜로 타면 좀 어때요.”

지난달 중순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주부 한모(40)씨와 역무원 사이에 작은 승강이가 벌어졌다. 이날 딸(7)과 함께 서울 송파구의 한 놀이공원을 찾은 한씨가 지하철을 타면서 평소처럼 “개찰구 밑으로 기어서 들어가라”고 딸에게 말하고 자신만 요금을 지불한 게 화근이었다. 어린 자녀는 돈을 안 내도 된다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다. 역무원에게 적발된 한씨는 처음엔 아이가 어린이 요금 대상(만 6세 이상)이 아니라고 우겼다. 하지만 역무원의 거듭된 추궁에 “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를 부정승차로 단속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되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부정승차 하면 흔히 어른들이 몰래 지하철을 타는 행위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얌체 부모’들의 묵인 속에 어린이 부정승차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메트로(1~4호선)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승차로 적발된 전체 규모는 2만여건에 달한다. 이 중 어린이 부정승차로 벌금을 물은 승객은 전체의 13%인 2,798명이었다. 2014년(1,611건)에 비해선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2년간 어린이 부정승차 벌금 액수만 6,934만원이나 됐다.

지하철 운임 규정 상 어린이라도 만 6~13세 미만 나이는 기본요금인 450원을 지불해야 한다. 적발 시엔 승차구간 운임 30배에 달하는 벌금도 납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어린이 부정승차의 경우 별다른 죄의식 없이 부모 지시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적발되더라도 요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우기면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 드러나지 않은 어린이 부정승차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난해 어린이 부정승차로 3,000건 정도를 단속했는데 실제 부정 규모는 최소 10배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승차 방법도 교묘하다. 한씨처럼 아이에게 직접 기계를 통과시키는 것은 발각 가능성이 높아 순진한 행동에 속한다. 보통은 부모가 아이를 안거나 업고 자연스럽게 개찰구를 지나치며 역무원의 눈을 속이는 식이다. 한 역무원은 “초등학생이 분명한데도 부모가 자녀를 들어 올려 팔에 안고 함께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경우를 하루에 수 차례 목격한다”고 말했다. 다른 역무원은 “신원 확인을 하면 십중팔구 부모와 분란을 일으키게 돼 아이에 상처 줄 것 같아 알면서도 지나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금을 내면 손해’라고 여기는 부모들이 부지기수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42)씨는 “아들이 키가 작은 편이라 지하철은 공짜로 이용한다”며 “아이가 더 자라면 정상적으로 요금을 지불할 계획이라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네티즌이 직장인 부모의 인터넷 친목 카페에 어린이 부정승차로 벌금을 냈다며 “모처럼 나들이 길을 망쳤다”는 글을 올리자 역무원을 비난하는 수십건의 동조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행정 당국은 부정승차를 뿌리 뽑으려면 단속보다는 부모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7일부터 2주간 부정승차를 집중 단속에 들어갔지만 단속 효과가 큰 성인과 달리 어린이 부정승차는 결국 부모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적으로도 부정승차는 자녀의 인성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박혜정 대전과학기술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여섯 살이 지나면 이미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죄책감도 느끼게 된다”며 “누군가의 눈을 피해 잘못된 행동을 하면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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