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이 협력사에 대한 최저임금 지원에 나서면서 재계 전체에 협력업체 지원 움직임이 확산될 전망이다. 다만 자발적 지원 형식을 띠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에 등을 떠밀린 모양새여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대기업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1월부터 1차 협력업체에 매기는 납품 단가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 3차 업체의 최저임금 부담이 1차 업체에 넘어오는 경우 등을 고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을 결정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1,500억원의 자금을 투입, 5,000여 2, 3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키로 했다. LG그룹도 협력사와 상생협력를 위한 8,5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이 직접 나서서 독려한 결과다. 대신 정부는 이들 기업들에 대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도 빠뜨리지 않았다.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계부처 장관 등정책관계자들의 현장출동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경제단체를 잇달아 방문,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외 다른 기업도 정부 정책에 맞장구를 치는 ‘성의표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에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기업 손목을 비트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업은 일자리를 줄이는 등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보전하려 들 게 뻔하다. 더욱이 정부의 개입이 가능한 것은 일부 대기업 정도여서 수많은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는 달리 손 쓸 방법도 마땅찮다..
따라서 최저임금 문제를 지금이라도 정교하게 재검토하는 것 외에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일부 장관들은 현장에서 쓴 소리를 들었는데도 정책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보증금ㆍ임대료 인상률 제한, 신용카드 수수료 조정 등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해치는 해법만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자리 안정기금을 투입해 종업원 1인당 월 13만원을 대주는 조건으로 4대보험 가입을 종용한 것도 현장에서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면 마치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견도 문제다.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부작용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지를 진지하고도 지혜롭게 검토해야 한다. 현장과 동떨어진 헛발질이 잦아질수록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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