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노후보장 취지 좋지만… 보험료 부담 두 배 이상 늘어
'용돈 연금' 전락 비판 속, "이번 기회에 고쳐야" 긍정론 불구
준조세 저항 직면할 가능성, 연금기금 고갈 더 빨라질 수도
세대간 갈등 등 걸림돌 곳곳, 정부도 눈덩이 부담에 부정적
공무원연금 개혁 불똥이 국민연금으로 튀었다. 여야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는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게 이번 합의안의 취지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분의 20%인 65조원 이상이 국민연금에 투입되고,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도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당장 국민들이 매달 내야 할 보험료도 크게 늘어, 국민 부담 역시 커지게 됐다.
▦소득대체율 50% 위해선 연금 두 배 더 내야
국민연금 강화 주장은 당초 공무원노조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기 위해 제안한 것이었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공무원연금을 깎지 말고 반대로 국민연금을 올려주자는 취지였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기준에서 45% 수준이다. 이마저도 적자 규모가 커서 2028년에는 4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서 공무원의 소득대체율은 30년 가입기준으로 51%에 달한다. 때문에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이 뜨거웠다.
국민연금 개혁이 여야 합의대로 실행되면 연금수급액은 현재보다 25% 가량 많아진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동안 월 평균 소득이 3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현 제도에서는 2028년 이후 월 120만원을 받는데, 이 금액이 150만원까지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애초 도입 취지대로 국민의 최소 노후소득을 책임지는 공적 연금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이번 기회에 뜯어 고치자는 데는 동의한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공적연금 역할이 너무 축소된 상황이라 장기적으로 보험료율 인상은 시기의 문제이지 예견된 일이었다”며 보다 속도감 있는 논의 진행을 주문했다.
현재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 간 격차를 줄이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 지급률을 올리려면 그만큼 가입자가 내는 기여율(보험료율)도 올려야 하고, 그 인상 폭 역시 상당하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언급했듯이 현재 9%로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4.5%씩 부담하는 보험료를 두 배가 넘는 10% 가까이 올려야 소득대체율 50%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도 “노후소득 보장체계가 부실한 우리 현실에 제도 간 빈틈을 점검하고 종합안을 마련할 적정한 시기”라면서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려면 현행 9%인 수지균형 보험료율을 20%(가입자 10% 사용자 10%)까지 올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두 배가 넘는 보험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그 부담을 결국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세대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 40%대인 현 상황에서도 2060년인 현 국민연금 고갈시점을 2100년 이후로 늦추려면 보험료율을 2028년까지 15~16%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소득대체율 50%면 그 이상을 올려야 한다”며 “저성장시대에 접어든 지금 다음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00만명 수준인 공무원연금에서 남는 재정으로 2,000만명이 넘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인다는 발상은 주객전도”라며 “얼마를 더 줄지 얘기하려면 동시에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 명확히 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못 미더운 국민연금, 직장인들 “더 낼 여력 없어”
1988년 1월 출범한 국민연금은 그간 기금고갈 우려로 두 차례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거의 반토막이 됐다. 도입 당시 70%(가입기간 40년 기준)였던 소득대체율은 1998년 1차 개편에서 60%로, 2007년 2차 개편에서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줄도록 설계됐다.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당시에도 반발이 큰 보험료율 인상안은 건드리지 않고 대신 대체율만 내리는 쪽으로 손을 봤다.
여야의 이번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비관적이다. 복지부는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2010년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현행 9% 보험율을 유지할 경우 2020년까지는 44조원 정도만 추가 부담하면 되지만, 50년 이후인 2065년까지는 664조 가량 이 더 들 것으로 추산했다. 추가 부담액은 2083년까지 1,669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또한 2060년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소진 시점도 소득대체율 50%에서는 2056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지적이다.
또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선 보험료 인상이 필수적이지만 당장 준조세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에 다니는 양성하(40)씨는 “연금을 타는 65세 훨씬 이전 직장생활이 끝나 고용 자체가 불안한 현실에서 당장 수급률 인상은 노후 대책이기 보다 국민 부담만 늘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씨는 매달 18만원 가량의 국민연금(사업주 부담 포함 36만7,200원)을 납부하고 13만원 가량의 개인연금보험을 붓고 있다. 양씨처럼 국민연금 자체도 소액인데다 연금수급까지 공백을 메울 방도가 없어 사보험을 드는 예는 허다하다. 결국 이번 여야의 국민연금 개혁은 그 혜택을 당장 체감할 수 없는데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반발이 커, 현실화까지는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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