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압박 강도 높이는 정부
고임금 금융 공공기관 집중 포화
산은, 수출입銀 특히 본보기 삼아
자본확충 전제조건으로 내밀어
금융위원장 “미도입 금융공공기관 임금ㆍ정원 삭감할 수도” 수위 높여
박 대통령도 “120개 공공기관 모두 도입하도록 독려하라” 속도전 주문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노조 및 야당의 반대와 반발이 심해지면서 연내 도입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연일 강도를 높여가며 도입을 종용하고 있다. 급기야 보수 삭감, 정원 감축 등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정부의 집중 포화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은 ‘신의 직장’으로 불려온 금융 공공기관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는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등 보수ㆍ예산ㆍ정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임금 삭감은 물론 정원 축소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날 ‘성과연봉제 미도입 공공기관에 내년 총인건비 동결’ 카드를 던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방안보다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인 것이다.
정부는 금융 공공기관이 연봉은 높지만 생산성과 경영 효율성은 지극히 떨어진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임 위원장이 이날 321개 공공기관 중 한국예탁결제원의 평균 연봉이 1위(지난해 1억400만원)이고, 가장 낮은 자산관리공사(캠코ㆍ7,900만원)조차도 전체 공공기관 중에서 최상위권임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임 위원장은 “금융 공공기관이 ‘무사안일한 신의 직장’이라는 국민의 지적에서 벗어나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성과중심 문화를 조속히 그리고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고임금 구조인 금융 공공기관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조선ㆍ해운 부실 책임론에 휩싸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본보기로 삼을 태세다. 임 위원장은 두 국책은행을 콕 집어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조속히 성과주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성과연봉제를 자본확충의 전제조건으로 내민 것으로, 이들 국책은행들로선 피해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셈이 됐다.
이런 압박은 일부 공공기관의 무리한 성과연봉제 강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앞서 노조 투표에서 부결된 지 하루 만에 노조위원장이 사측과 단독으로 합의해 통과시켰고, 캠코 역시 노조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압박의 강도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정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각 부처는 120개 공공기관 모두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하라”고 주문했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대화와 타협 없이 매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까지 속도전을 주문한 만큼 강도가 더 세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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