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세인 기자

등록 : 2017.08.19 04:00

[아하!생태!] 스스로 빛 내는 반딧불이, 책도 읽을 수 있다구요?

등록 : 2017.08.19 04:00

노랫말ㆍ고사에 언급된 친숙한 반딧불이

야행성 반딧불이의 빛은 짝 유인 위한 ‘사랑의 불빛’

촛불 세개 밝기의 은은한 불빛, 트리 전구처럼 반짝이기도

2012년 6월 충북 옥천군 석찬리 안터마을의 반딧불이. 김주성기자 poem@hankookilbo.com

어릴 적 개똥벌레라는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이라는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 하는 무릎과 손뼉을 치는 율동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를 배운 기억도 있을 겁니다. 이 고사에 나오는 중국 진나라의 차윤은 집이 가난해 밤에 불을 밝힐 기름을 살 수 없게 되자 여름철에 수 십 마리의 반딧불이를 명주 주머니에 넣어 그 불빛으로 책을 읽으며 벼슬에 올랐다고 합니다. 이처럼 반딧불이는 누구에게나 어릴 적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추억 속의 친숙한 곤충입니다.

청정한 자연환경을 대표하는 환경 지표 곤충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하지만 이제는 매스컴이나 책, 노랫말, 지역축제 등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희귀한 존재가 돼버렸습니다. 도대체 반딧불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2004년 6월 전북 무주에서 발견된 운문산반딧불이 성충. 국립생태원 제공

스스로 빛을 내는 반딧불이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전 세계에 2,000여 종이 분포합니다. 문헌에는 국내에도 6종이 기록돼 있지만 현재 서식이 확인되는 종은 운문산반딧불이(Hotaria unmunsana)와 애반딧불이(Luciola lateralis), 늦반딧불이(Pyrocoelia rufa) 3종 뿐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반딧불이이고 개똥벌레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반디, 반딧불, 반디뿔이, 개똥부리 등으로 불리는 이름도 다양합니다. 그만큼 반딧불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곤충이라는 얘기겠죠. 반딧불이는 성충의 크기가 1~2㎝에 불과한 소형 곤충으로 알에서 애벌레가 됐다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완전 탈바꿈’ 곤충입니다.

야행성 곤충인 반딧불이는 암컷 배의 여섯 번째 마디, 수컷 배의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마디에 있는 발광부를 통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배 부위의 발광세포에는 루시페린이라는 화학물질이 있는데 반딧불이 내의 발광 효소인 루시페라아제에 의해 (호흡작용을 통해) 산소와 결합하면 빛 에너지를 가진 옥시루시페린이라는 물질로 바뀝니다. 화학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바뀌면서 빛이 나는 거죠.

반딧불이의 빛은 짝을 유인하기 위한 ‘사랑의 불빛’ 입니다.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 다른 개체와 통신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반딧불이는 성충으로 살아가는 시기가 짧고 이 기간 대부분 빛을 내지만 위협을 느끼거나, 짝짓기를 할 때 더 힘껏 발광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딧불이는 야행성이며, 빛으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눈이 몸에 비해 크게 발달해 있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달빛에 의한 신호교란으로 쉽게 관찰할 수 없습니다. 보름달 때문에 빛을 내도 효과가 없으니까 에너지를 아끼는 것입니다. 다만 반딧불이가 스스로 빛의 밝기 등을 조절하는 원리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죠.

이슬만 먹는 반딧불이, 달팽이 잡아먹는 유충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3종의 반딧불이는 출현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늦봄~초여름 사이에 주로 발견됩니다.

제일 먼저 출현하는 반딧불이는 5월 하순에서 7월 하순까지 보이는 운문산반딧불이고 6월 초에서 7월 중순까지는 애반딧불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늦반딧불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장 늦은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 사이에 출현합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게 애반딧불이인데요. 6월 하순에서 7월 초 사이 성충이 산란을 한 후 약 25일 이후 부화를 합니다. 부화 후 물속으로 이동하면 다섯 번의 탈피과정을 거쳐 약 250일 가량 수중에서 보냅니다. 이듬해 5~6월, 기온이 24도에서 27도 정도가 되면 육상으로 이동해 주변의 흙 등을 이용해 땅 속에 번데기방을 형성합니다. 약 20일이 지나면 성충이 돼서 우리 앞에 나타나죠.

실험실에서 자라는 늦반딧불이 유충이 2004년 7월 먹이원인 달팽이를 공격하고 있다. 반딧불이의 성충은 이슬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충은 강력한 턱을 가진 육식동물이다.

반딧불이 성충 수명은 10~15일 정도이며, 입이 퇴화돼 성충일 때는 이슬만 먹는 아주 깨끗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유충일 때는 강력한 턱을 가지고 다슬기나 달팽이 같은 복족류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육식성 곤충입니다.

한 여름 밤의 크리스마스트리, 반딧불이의 비상

‘도토리 키 재기’일지는 몰라도 크기 별로 살펴보면 운문산반딧불이가 1㎝ 이하로 가장 작고 약 1㎝인 애반딧불이, 1.5~2㎝인 늦반딧불이 순으로 커집니다. 출현시기와 크기가 비슷한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는 등판의 무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슴 등판에 세로로 검은 무늬가 있으면 애반딧불이이고 무늬가 없으면 운문산반딧불이입니다.

세 반딧불이는 불빛을 내는 방식도 다른데요. 강하게 깜빡이는 불빛을 내는 것은 운문산반딧불이고 애반딧불이는 은은하게 깜빡이는 불빛을 냅니다. 늦반딧불이는 깜빡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불빛을 낸다고 하네요.

운문산반딧불이는 계곡이나 하천 주변 산기슭에 삼림이 형성되고 습도가 높은 곳에 주로 서식하며, 해가 진 후부터 새벽까지 출현하는 종입니다. 암컷은 속 날개가 퇴화돼 비행을 할 수 없는데요. 결국 수컷이 암컷을 찾기 위해 날아다니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상승합니다. 나중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린 작은 전구가 반짝이는듯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006년 6월 전북 무주에서 발견된 애반딧불이 성충. 주황빛 가슴 등판 가운데 검은 세로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립생태원 제공

애반딧불이는 다른 반딧불이와 달리 유충이 물속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논, 습지, 작은 농수로 주변 등 항상 물이 흐르고 이끼가 형성된 곳에서 주로 출현합니다. 다른 반딧불이는 물속이 아니라 습한 곳을 좋아하니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부터 벼 농사를 지었던 우리나라는 애반딧불이의 가장 좋은 서식지기도 했죠. 사육기술이 보급돼 대량증식을 할 수 있는 현재 유일한 종이며, 포털 검색에서 반딧불이로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의 대부분은 애반딧불이일 정도로 가장 잘 알려진 종입니다.

애반딧불이가 2006년 6월 실험실에 마련된 수조에서 알을 낳고 있다. 반딧불이는 알이 물살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끼 사이사이에 알을 밀어넣는다. 국립생태원 제공

유충이 물속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물가의 이끼에 산란을 하며, 산란한 알이 폭우 등에 의해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끼 잎 사이에 한 알, 한 알 쑥 밀어 넣어 산란하는 독특한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컷과 수컷 모두 비행을 할 수 있어 다른 종들과 달리 암컷을 찾기 위해 높이 비행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8월에 야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늦반딧불이는 생태적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몰 후 출현하기 시작해 약 1시간 정도 강하게 빛을 낸 후에 자취를 감추는 독특한 생태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타이밍을 놓치면 관찰할 수 없다는 의미죠. 그래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늦반딧불이는 유충과 성충 모두 육안으로 발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운문산반딧불이처럼 암컷의 날개가 퇴화돼 비행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반딧불이와 달리 광(불빛)과 함께 성페르몬(Pheromine)에 의해 대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딧불이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형설지공의 고사처럼 반딧불이의 빛으로 책을 읽으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반딧불이가 필요할까요. 반딧불이 한 마리가 내는 빛의 밝기는 달빛의 밝기(1룩스)의 세 배 수준인 약 3룩스(lux)로 알려져 있습니다. 1룩스는 1미터 거리에서 촛불 한 개가 내는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니 반딧불이 한 마리는 촛불 세 개 정도의 밝기라고 볼 수 있겠죠. 이론상 80마리를 모으면 고사에 나오는 차윤처럼 한 페이지에 20자가 인쇄된 천자문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고 200마리를 모으면 신문도 읽을 수 있는 밝기가 된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반딧불이 발광기관의 특징을 활용한 생체모방 기술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개발하여 발광효율을 60% 향상 시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정서곤충(추억을 담은 곤충)이며 환경지표곤충의 역할을 넘어 이제 소중한 자연자산의 의미까지 더해지고 있어 그 소중함이 배가되는 듯합니다.

천연기념물 ‘무주 반딧불이’

반딧불이 중에서도 전북 무주의 반딧불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반딧불이 외에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은 장수하늘소(천연기념물 제218호)와 비단벌레(천연기념물 제496호)를 들 수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1982년에 ‘무주 설천면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제 322호로 지정한 뒤 2002년에 무주 일원으로 확대 지정됐습니다. 흔히들 모든 반딧불이가 천연기념물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주에 사는 반딧불이만 천연기념물인 셈이죠.

무주에 반딧불이가 많은 이유는 물 흐르는 속도가 완만하고 수온이 적당하며 수질이 알칼리성이어서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가 되는 다슬기와 달팽이류가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딧불이의 고장 무주에서는 벌써 21년째 ‘반딧불 축제’를 열기도 합니다.

과거에 비해 반딧불이를 찾기는 힘들어 졌습니다. 개발에 의해 물이 흐르고 이끼가 낀 반딧불이의 서식지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논에서도 농약을 많이 사용하면서 먹이가 되는 다슬기나 달팽이도 감소했죠. 눈이 큰 야행성 동물인 반딧불이는 밤이면 환하게 켜지는 가로등 불빛을 피해 도망다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환경지표곤충으로 분류되며, 반딧불이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이 나빠졌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사라져 가는 반딧불이를 알리기 위해 각 지역에서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역축제 중 하나인 무주 반딧불 축제 외에도 경북 영양과 경남 의령, 하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반딧불이를 소재로 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환경을 나타내는 지표생물 반딧불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축제를 통해 고민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박영준 국립생태원 연구기획관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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