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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죄엔 입 닫고 근대화 기여 궤변… 혀를 찬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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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죄엔 입 닫고 근대화 기여 궤변… 혀를 찬 외교부

입력
2015.05.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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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역사 인식ㆍ사과 없어 유감, 세계평화 기여한다며 행동은 모순"

美서 벌인 외교적 노력 무산에 고민, 향후 전략에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아베 총리가 지난 28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 중 역대 총리들과 다르지 않게 고노 담화를 계승하나 수정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을 하던 중 브리핑 원고가 바람에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지난 28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 중 역대 총리들과 다르지 않게 고노 담화를 계승하나 수정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을 하던 중 브리핑 원고가 바람에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미 과정에서 과거사 관련 사죄 입장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외교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아베 총리의 29일(현지시간) 미국 상ㆍ하원 합동연설은 결정타였다. 지난 두 달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무산되면서 한일관계도 당분간 개선의 전기를 찾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30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 연설을 강하게 비판했다. 외교부는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통해 주변국들과의 참된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며 “그러한 인식도, 진정한 사과도 없었음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미 의회 연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려면 과거사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반성을 통해 국제사회와 신뢰 및 화합의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행동은 그 반대로 나아가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외교부는 또 “일본은 식민지배 및 침략의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참혹한 인권유린 사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주변국과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들도 아베 총리 발언에 분통을 터뜨렸다. 게다가 아베 총리가 연설 도중 일본이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편 데 대해선 혀를 차는 분위기였다. 아베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1980년대 한국 등의 경제 발전을 언급하며 “당시 일본은 이 국가들의 성장을 위해 자본과 기술을 열정적으로 쏟아 부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향후 전략을 두고는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외교부 공식 입장 발표도 예정보다 한 시간 늦춰지는 등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외교부는 특히 미국에서 벌여온 외교적 노력이 무산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외교부는 그동안 “미국 행정부는 물론 의회, 학계, 언론 등이 일본에 아베 총리 방미 때 올바른 역사 인식을 표명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해왔다. 미 워싱턴포스트도 29일자에서 “워싱턴의 한국 외교관들은 백악관과 미 의회를 상대로 아베 총리가 일본의 역할에 대해 직접적 사죄를 표명하도록 요청해달라는 로비를 벌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오직 미국만 바라보고 미국에만 반성하는 연설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 외교는 결실을 맺지 못한 셈이 됐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향후 한미일 동맹 구도다. 일본은 미국과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등으로 더 끈끈해졌고, 미국도 한일 양국이 과거사 갈등을 이쯤에서 멈췄으면 기대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계속 악화할 경우 향후 박근혜 대통령 방미 때 미국의 압박으로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베 총리의 발언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제3국 국가원수가 다른 제3국에 가서 한국과 관련된 사죄 입장을 내놓기는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해명도 나온다. 8월 광복절에 나올 아베 담화를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기본적으로 두 나라 간 관계로, 한국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언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죄 언급이 없다고 이를 한국의 외교 실패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아베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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