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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막으려 단협했더니… 바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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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막으려 단협했더니… 바꾸래요”

입력
2018.08.01 10:42
수정
2018.08.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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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감사위원회 ‘월권’ 도마

“디자인센터 인사권 행사 때 노조

합의 내용 변경하라”… 판례 무시 

 “노사자치주의 대원칙 훼손” 비판

“관피아 자리 만들기 꼼수” 비난도

감사위 “안 바꿔도 돼” 황당 해명

[저작권 한국일보]광주시 감사위원회
[저작권 한국일보]광주시 감사위원회

광주시 감사위원회가 특정 보직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때 노동조합과 합의하도록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맺은 시 출연기관인 광주디자인센터에게 관련 협약 내용을 변경하라고 요구해 “노사관계 대원칙인 노사자치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특히 문제의 보직자 선임 과정에서 광주시 퇴직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 논란 등이 일었던 터라, “감사위가 제 식구 자리를 챙겨주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감사위는 1일 광주디자인센터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여 A원장에게 ‘단체협약 체결 내용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위는 디자인센터가 지난해 3월 말 ‘본부장(1급)과 단장 등의 결원 발생 시 내부 승진을 원칙으로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게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원장을 보좌하는 핵심 간부인 본부장에 대한 인사권은 센터의 고유권한인데, 노조 합의를 거쳐 본부장을 채용토록 한 단체협약은 원장의 이러한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감사위가 이 같은 단체협약이 강행법 위반 등 명백하게 위법한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도 하지 않고 협약 내용만 바꾸도록 해 “월권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사용자(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 합의로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을 문제 삼아 시정을 요구한 것은 현행법은 물론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단체협약 시정명령은 행정관청이 위법한 내용에 대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도 사용자가 인사권을 행사할 때 노조 합의나 동의를 구하도록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더라도 이는 사용자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를 막기 위한 것으로, 사용자의 인사권 자체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건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광연 공인노무사는 “노사가 ‘낙하산 인사’ 방지 등의 차원에서 마련한 자치규범인 단체협약 내용에 대해 감사위가 감사를 구실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로 이는 노사자치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장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디자인센터 사업본부장 자리가 비전문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위한 곳으로 전락했다는 뒷말까지 나돌면서 감사위에 쏠린 시선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문제의 단체협약 조항이 퇴직 공무원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자 감사위가 이를 바꾸라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탓이다.

그도 그럴 게 지난해 디자인센터 노사가 사업본부장 인사 때 내부 승진을 원칙으로 한다는 단체협약을 맺은 사실을 뒤늦게 접한 시청 고위 간부가 “이런 중요한 문제를 시와 협의도 하지 않았냐”며 A원장을 호되게 질책했다. 이 고위 간부는 또 같은 해 5월 진행된 사업본부장 재공모 당시 A원장이 프레젠테이션 및 면접에 지각한 시청 건축직 출신 퇴직 공무원 B씨를 탈락시키자 또다시 A원장을 꾸짖기도 했다. 당시 B씨는 사전내정설의 당사자였다. 이를 놓고 A원장이 눈치 없이 퇴직 공무원 ‘자리 챙겨주기’를 무산시켰다가 나이 어린 시 고위 간부에게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가 돌았다.

올해 2월 공모를 통해 뽑힌 사업본부장 C씨를 두고서도 시 관계자 등이 조직적으로 밀어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광주시 퇴직 공무원인 C씨가 공모 때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가 디자인센터의 사업계획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고, 시 관계자들도 디자인센터 관계자에게 “C씨를 잘 챙겨 봐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감사위 관계자는 “단체협약상 인사권 행사에 대한 노조 합의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법령 검토까지는 못 했던 건 사실”이라며 “디자인센터 측이 검토해서 이런 내용이 불합리하지 않다면 감사위의 개선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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