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오
부장

등록 : 2016.12.04 15:14
수정 : 2016.12.04 15:14

[100℃ 인터뷰] "한반도 미군 정보역량 공백, 일본군이 메울 것"

국회 국방위 김종대 정의당 의원

등록 : 2016.12.04 15:14
수정 : 2016.12.04 15:14

김종대 의원은 "한일정보보호협정은 일본이 훨씬 절실했던 협정이었는데 우리정부는 전략부재로 일방적으로 끌려갔다"며 "외교 안보분야야 말로 박근혜 정부에게 더 이상 맡겨서는 안 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로 민심이 온통 쏠려 있던 지난 11월 23일 한국과 일본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서둘러 체결했다.

10월 24일 최순실이 이용한 태블릿PC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 열람한 흔적이 폭로돼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지 3일 후인 27일 정부는 한일GSOMIA 재추진을 발표했고, 한 달도 안 돼 체결까지 마무리한 것이다. 협정추진 반대여론이 59%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탄핵과 촛불 정국을 이용해 밀실 추진했다는 의혹이 들 정도다. 정부는 “일본이 첨단장비를 통해 수집한 북한군사정보를 우리나라도 공유할 수 있어 우리에게 이익”이라고 말하지만, 반대파는 우리나라 군사주권을 팔아먹은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비판한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 근무했고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국방 전문가 김종대(50) 정의당 의원을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한일GSOMIA 체결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들었다.

_우선 한일GSOMIA 주요 내용부터 설명해달라.

“정부는 이 협정에 대해 한국이 일본의 첨단 군사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말 그대로 정보교류협정이 아니라 정보보호협정이다. 서로 주고받는 정보가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기술 정보 복제를 막는 협정이다. 무제한적, 포괄적 협정이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한일GSOMIA 체결을 한국 정부에 종용한 이유는 뭔가 한일간에 시급히 교류할 군사기술정보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 일본이 한국보다 보호받아야 할 정보와 기술 시설이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08년 일본은 이지스함에서 지상 500㎞ 높이 상공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는 스탠더드 미사일(SM-3) 발사를 미ㆍ일합동으로 시험했다. 그 시험발사에 우리 정부가 참관을 요청했지만 일본이 거절했다. SM-3 미사일은 전 세계에서 미국과 일본만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무기다. 이런 무기 발사시험을 참관하게 허용하면 한국이 무단으로 기술을 열람하여 자체 무기개발에 도용할 수 있다며 접근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미ㆍ일의 군사전략 차원에서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가 시급해지자 북한의 핵 위험 현실화를 빌미로 한일GSOMIA를 맺으려 서두른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과 일본이 우리보다 더 필요성이 절실했던 협정이다.”

_정보 기술 도용이 어렵더라도 아예 접근하지 못하는 것보다 접근할 수 있는 게 나은 거 아닌가.

“첨단 군사정보와 기술ㆍ시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군사정보와 기술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순수하게 군사적 측면만 보면 정부 이야기가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협정의 체결 맥락을 살펴보면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다. 우선 이 협정을 미국 정부가 종용했다는 것은 한미 군사정보 공조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다. 우리 군은 연간 3억, 4억달러 상당의 군사정보를 미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대부분 미군 정찰위성에서 찍은 영상정보다. 미군 첨단정찰기를 통한 정보, 본국에서 확보한 감청정보(신호정보)도 받는다. 우리 군은 영상정보와 신호정보의 85%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10년 넘게 중동에서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한국에 있던 군사 정보 시설과 인력이 중동으로 옮겨갔고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국 내 한미연합사 산하 정보부대 미군 정보분석가는 많을 때 350명 수준이었던 게 지금은 5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주한미군과 미 국방부의 한반도 정보 담당 라인의 역량이 상당히 약화한 데다, 미 정부의 재정적자까지 겹쳐 시스템상 공백이 발생했다. 최근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실험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일본이 떠오른 것이다. 한반도에서 미군의 공백을 일본군이 대신 메우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군은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적 군사정보력을 갖추는 노력을 등한시해왔다. 물론 미국이 한국군의 정보 능력 강화를 견제한 측면도 있다. 지금 우리 합동참모부의 정보능력은 정찰기 몇 대 운영하는 수준이다. 정찰위성 사업도 시작 단계라서 단기간 내에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도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 결정됐는데도 아직까지도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군의 정보 수준은 최전방 동향 정도 파악이 가능하지 그 후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 국방 예산을 연 40조원을 쓰는 군대치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 역량이 취약하다. 게다가 미국은 궁극적으로 동맹국 간 군사 정보의 국경을 없애려 하고 있다. 미국을 꼭짓점으로 해서 동맹국의 정보 자산을 통합 운영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새로운 군사정보 공동체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국방의 일본과 미국 의존도가 심각하게 높아지게 될 것이다.”

_미국이 만든 방위망 안에 들어가면 우리가 더 안전해지는 것 아닌가.

“정부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이렇게 큰 전략 구상에 우리가 들어가면 동북아의 지정학이 바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만 침묵하고 있다. 중국과 국내 반대여론을 의식하는 것이겠지만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과 무관한 협정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방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한일정보보호협정이 서로 연관이 없는 사안처럼 이야기한다. 또 하나 북핵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해서 다른 나라와 특히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을 때 이렇게 졸속으로 하면 안 된다. 100여년 전 조선은 동학교도들이 무서워 청나라에 군사력을 요청했다가 일본군도 끌어들이게 되고, 결국 청일 두 나라가 싸우는 데 전쟁터를 제공하고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던 것을 잊으면 안 된다,”

_미국과 일본이 견제하려는 군사 강국은 중국과 러시아일 것이고,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 군사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건 결국 지정학적으로 한반도가 열강의 군사 대립의 최전선에 놓이게 된다는 걸 의미할 텐데.

“동북아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의 핵심 국방정책이다. 여기엔 일본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일본은 이미 센카쿠ㆍ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등지에서는 중국과 사실상 지역 패권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일본은 중국 견제를 주목적으로 군사력을 재편하고 있다. 미ㆍ일은 그런 공통이해를 바탕으로 공동 작전체제를 갖추려 하는데 그 첫 단계가 정보 통합이다. 미국은 공동작전을 위한 정보공유체계에 한국이 제외돼 있다는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 해왔다. 일본을 동북아 방위체제의 지역 리더로 삼으려는 미국의 전략에 한국이 가세하도록 압박을 한 결과가 이번 사드 배치와 이번 GSOMIA 체결이다.”

_1년마다 갱신할 수 있게 돼 있으니 문제가 생기면 협정을 무효화하면 되지 않나.

“원점으로 되돌리기 용이한 조항이다. 하지만 1년마다 갱신하도록 한 건 일본에게 군사정보 보호를 위해 보완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일본에 유리한 협상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협정에 대략적 군사보호조치가 망라돼 있는데 그걸 세부화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이 공동으로 공조해야 할 부분이 있고 미ㆍ일, 한ㆍ일, 한ㆍ미가 양자로 공조해야 할 분야가 있으니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놓고 최종적 미사일방어작전을 구상하는 것이다. 그 최종 결과물은 정보네트워크와 미사일방어체계 통합이다. 이를 미군은 ‘아시아 태평양 단계별 탄력적 접근전략(APPAAㆍAsia Pacific Phased Adaptive Approach)’이라고 부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MD의 기본 구상이다. 아직 개발 중이고 실험 중인데 가장 중요한 단계가 미일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지상형 스탠더드 미사일체계인 ‘SM-3 블록 2A’다. 현재 개발이 성숙단계인데 이것이 완성이 되면 MD체계가 완성될 거라고 보는 듯하다. 고도 40㎞이하는 패트리어트가 맡고, 40~150㎞는 사드가 방어하고, 150~500㎞는 SM-3 블록 2A가 맡는 체계다. 사드와 패트리어트는 대기권에서 불규칙한 나선운동을 하며 낙하하는 탄두를 요격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도가 낮은 반면 고도 150~500㎞는 공기가 희박해 탄두가 매끈하게 날아가기 때문에 명중 확률이 높아진다. SM-3가 완성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MD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그래서 사드를 전세계에 부지런히 깔아 놓고 마지막에 SM-3를 얹으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APPAA가 1차적으로 완성된다. 한국에 사드 배치와 한일GSOMIA 체결을 서두른 것은 SM-3가 거의 완성됐다는 신호다. 그 다음 단계는 한미일 공동 미사일 방어 훈련이 될 것이고 그 다음에 거기서 나오는 데이터로 교전수칙을 짤 것이고 최종 단계는 지휘통일이 될 것이다. 아마 한일GSOMIA를 무효화하려면 그 기회는 앞으로 1, 2년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에 정보를 본격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가면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자주적 정보역량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_유럽에서는 미국의 MD가 현실화하면 핵보유국 간의 ‘공포의 균형’이 깨져서 무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오히려 전쟁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배치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에서 미국의 MD 망을 돌파하기 위해서 이미 핵미사일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유럽 내 MD 관련 시설이 배치되는 국가는 유사시 선제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러시아의 이런 반응에 불을 지른 격이다. 러시아는 핵미사일 부대를 극동으로 옮기고 중국과 연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ㆍ일의 SM-3 개발에 맞선 공동대처를 위해 전략적으로 연대를 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냉전 시대에도 러시아와 중국이 이처럼 공동 대처에 나선 적이 없다. 이것이 한반도 사드 배치의 효과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발언권이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다. 과거 한반도에 없던 군사적 위협이 새로 생겨났다. 사드라는 방어 무기가 막중한 안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것이 미국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저비스가 말한 ‘안보 딜레마’다. 안보를 강화하겠다며 취한 조치가 상대의 대응을 낳아 안보가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 현상을 말한다. 강대국은 자기 영토에서는 전쟁하지 않는다. 강대국은 어디서 전쟁을 할지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난사(南沙)군도가 될지, 대만해협이 될지, 센카쿠가 될지, 한국의 동해나 서해가 될지 그들이 선택한다. 박근혜 정부의 북핵 고도화 대처방법은 마치 말기 암 환자가 아무 치료법이나 닥치는 대로 해보는 것과 흡사하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전략적 사고가 중요하다. 백번 양보해 우리가 미국의 MD 체제에 동참하는 게 옳다고 해도, 이번 한일GSOMIA는 일본 측이 훨씬 절실했던 협정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체결 대가로 일본 정부는 독도가 한국영토라는 점은 불가역적으로 인정하라’ 정도의 요구는 할 수 있었다. 사드 배치도 마찬가지다. 중국 국방외교전문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한국이 사드 배치의 대가로 미국에서 무엇을 얻었느냐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정말 난감하다. 루마니아, 체코는 미국의 MD 레이더와 요격미사일 배치를 조건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군 현대화 약속을 얻어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이 사드를 배치해주는데 고마워해야지, 뭘 요구하느냐’는 식이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냉전체제 극복과 통일 움직임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민족과 생존을 어떻게 지키고 국가의 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전략이 부재한 채, 즉흥적 대응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방과 외교야말로 박근혜 정부에게 맡겨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분야다. 안보문제에 대해 확고한 비전과 철학적 입장을 갖춘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 이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와중에 한일GSOMIA가 졸속 처리된 국면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이다.”

정영오 여론독자부장 young5@hankookilbo.com

정리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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