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고강도 구조조정 압박
조 회장 경영권 포기 수순 가능성
前 경영자 최은영 회장과 두 자녀
21일 한진해운 주식 전량 매각
해운업계가 구조조정의 파고를 맞았다. 양대 국적 선사 중 현대상선은 이미 금융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여서 도마 위에 오른 건 한진해운이다. 구조조정의 칼끝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21일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채권단을 대표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경영개선 방안을 조율했다. 금융권에서는 한진해운 역시 현대상선과 유사한 구조조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회장이 조 회장을 만난 것은 시간이 촉박한 산업별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한진해운도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협력하라는 신호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해운 시황이 침체에 빠진 2013년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7,000억원 상당의 전용선 사업부문을 매각했고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지난달에는 한진그룹 지원으로 신종자본증권 2,200억원도 발행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 정도는 한진해운을 정상화하는 데 크게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30억원으로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스스로 유동성을 확보할 여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6월 말 공모채 1,9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고, 9월30일에도 310억원의 채무 만기가 돌아온다. 현대상선처럼 해운 호황기에 체결한 과도한 용선료 계약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진해운은 장기계약으로 컨테이너선 60척과 벌크선 32척을 운용중인데, 올해 나가는 용선료만 9,288억원이다.
한진해운이 채권단 지원 속에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면 조 회장 역시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고 경영권을 포기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처럼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2014년 대한항공의 자금을 투입해 한진해운 경영권을 확보한 조 회장은 흑자 전까지는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밝힐 정도로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재무개선에만 몰두하다가는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위험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한진해운은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두 자녀가 자사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달 6일부터 총 18차례에 걸쳐 최 회장 일가가 처분한 주식은 96만7,927주(0.39%)다. 한진해운 측은 “매매 사실을 전혀 몰랐고, 상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만 23세였던 1985년 조양호 회장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과 결혼한 최 회장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06년 이후 한진해운을 독자 경영했지만 자금난에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한진해운홀딩스란 사명을 유수홀딩스로 바꿔 외식업에 진출했고, 이번에 주식을 전부 매각하며 난파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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