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 리비아 지부가 12일 벌어진 수도 트리폴리 주재 한국 대사관 총격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자 공격의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줄곧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고려할 때 다른 무장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최근 리비아에서 벌어진 외국 공관 대상 테러의 배후를 IS가 자처해왔다는 점에서 이들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그 동안 외국 공관을 대상으로 한 IS의 공격 방식이 이번 한국 대사관 총격 사건과는 차이가 있어 최종 공격 목표가 한국대사관이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1월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 올 2월 말 트리폴리 주재 이란 대사관을 공격할 당시 이들은 차량폭탄 공격 또는 급조폭발물(IED)을 공관 옆에 심는 방식을 택했다. 건물 자체를 붕괴시켜 대형 인명피해를 노렸던 셈이다.
그러나 이날 일어난 한국 대사관 공격은 무장괴한이 차를 타고 가며 40여발 총을 쏜 방식으로, 사실상 건물보다 사람을 겨냥해 조준 사격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총격 시점이 오전 1시20분쯤으로 한밤중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관을 겨냥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IS는 또 UAE와 이란 대사관 공격 후에는 트위터에 “칼리파(IS가 지도자를 일컫는 호칭)의 전사가 대사관을 공격했다”고 말해 공격 목표가 대사관임을 명시했으나 이번엔 “칼리파의 병사가 한국 대사관의 경비대원 2명을 제거했다”라고 밝히는 등 차이를 보였다.
리비아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이날 "현지 리비아 수사관들이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한 수사관이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았지만, 범인들이 대사관 경비원들을 살해하려는 목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그 경비원들이 어떤 시비에 휘말린 정황이 있어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IS에 공격받은 UAE와 이집트, 이란과 비교해 한국은 IS 격퇴전에 소극적인 인도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배경을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올 초 시리아에서 벌어진 일본인 인질 사건 때처럼 중동에서 보기 드문 동양권 국가나 국민에 대한 공격은 희소성 때문에 전시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IS에 유인이다.
5년 째 내전 중인 리비아에는 최근 여러 무장조직이 봉기하고 있다. IS 리비아 지부는 혼란 속에서 반정부,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무장조직 몇 곳이 세력을 규합해 지난해 10월 5일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하고 동부 데르나 시내를 행진하며 활동을 공식화 했다. 미군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리비아 동부 IS 훈련소에서 200여명이 군사 훈련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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