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간담회 거부 후 항의시위
이화여대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 딸 정유라(20)씨의 입학 및 학업 특혜 의혹에 대해 “특혜는 없고, 총장이 사퇴할 정도로 잘못한 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교수들은 19일 집회를 예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는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ECC이삼봉홀에서 교수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마련하고 정씨의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2시간20분 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150여명이 참석했다.
송덕수 부총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입시는 엄정하게 진행됐고 특혜를 준 바도 없다”고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정씨의 면접을 앞두고 입학처장이 ‘금메달 딴 학생을 뽑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메달리스트가 있는데 면접위원들이 알아서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말했고, 채플에 참석하지 않고도 학점을 취득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근 교수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최경희 총장 사퇴론에 대해서는 “총장이 사퇴할 정도로 잘못한 것이 없다, 사퇴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한 학교 관계자가 “지원자 110명 중 (정씨 외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입상자는 없었다”며 “정씨가 단복을 입고 온 것은 아시안게임 실적을 어필하기(드러내기) 위한 적극적 행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국 계절학기 참여 후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은 정씨에게 학점을 줘 특혜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정씨가 의류에 관심이 많고, 의류산업학과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타 과임에도 (수강을) 허용했다”며 “구이저우(貴州)까지 가서 참여했다는 부분에 방점을 두고 패스(P)를 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학교 측은 정씨가 부실한 리포트를 제출하고도 학점을 받는 등 학사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데 대해서는 자체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총장 해임과 특혜 의혹에 관한 해명을 요구한 교수협의회 측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뒤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혜숙 교협 공동회장은 “학교측이 굉장히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해명이 납득이 잘 안됐다”며 “19일로 예정된 시위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수 간담회가 끝난 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도 진행됐지만, 학생 1,000여명은 참석을 거부한 채 입구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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