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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종북의 경계… 보수의 눈으로 선 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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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종북의 경계… 보수의 눈으로 선 긋다

입력
2014.12.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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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8대 1로 통진당 해산 결정… 헌정 사상 초유

"목적·활동, 민주적 질서 위배" 5명 의원직 박탈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19일 오전,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19일 오전,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라고 선고했다.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정당해산심판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첫 ‘강제 해산’이다. 헌재가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종북 정당 불허’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헌재 재판관 9명 중 절대다수인 8명이 신속히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크게 보수화한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법무부가 낸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사건의 선고 기일을 열고 재판관 8(인용) 대 1(기각)의 의견으로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해산 결정을 내렸다. 이어 “헌법 수호를 위한 비상상황에선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며 통진당 의원 5명의 의원직도 자동 상실된다고 선고했다.

헌재의 결정에는 통진당의 실체가 ‘북한 추종세력’이라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통진당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 헌재는 “이른바 민족해방(NL) 계열인 ‘자주파’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같거나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당 주도세력인 자주파가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했고,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이를 확인시켜 줬으며, 따라서 통진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우리 헌법과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춰볼 때 “통진당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초래했고, 이를 제거하려면 정당해산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헌재의 결론이다.

다만 김이수 재판관은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고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며, 과연 정당해산심판 사유를 엄격히 해석ㆍ적용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관들이 압도적인 인용 의견을 낸 것은 최근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보수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상의 자유와 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공안정국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민주적 기본질서의 요체는 다원주의라고 밝혔으면서도 자기모순에 빠졌다”며 “소수 정파에 대한 관용이 다원성의 핵심인데, 이번 결정은 다수 권력이 마음에 안 드는 소수를 내친 것이며 헌법정신을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통진당이 교조적 측면이 있다고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강제해산 제도는 최하급의 정책수단”이라며 “민주주의 수호가 아니라 정권을 지키는 것으로 악용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통진당과 거리를 두어 왔지만 보수 진영이 진보 정당을 싸잡아 종북몰이에 나서는 이념 투쟁으로 번질 여지가 있다.

정부는 통진당 재산 동결 등 후속조치에 착수하며,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구에 대해서는 내년 4월 29일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법무부는 또 헌재 선고 이후 통합진보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모두 불법 집회가 된다고 밝혔다. 법무부 위헌정당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한 정점식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해산 규탄 집회 또한 통진당의 이념적 목적 실현이 목적이라면 불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도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통진당 목적을 위한 폭력 집회ㆍ시위가 발생할 경우 배후 조종자와 주동자 등 불법 행위자를 모두 엄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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