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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 끝도 없는 메르스 괴담…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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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 끝도 없는 메르스 괴담… 공포 확산

입력
2015.05.2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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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거쳐간 병원 중환자실 폐쇄"

"한국 긴급재난" SNS로 루머 번져

확진 환자 5명 늘어 총 12명으로

中, 한국의 방역체계 불만 고조

메르스 확진 환자가 10명으로 늘어나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29일 서울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의료진이 마스크를 한 채 의료장비를 옮기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k.co.kr
메르스 확진 환자가 10명으로 늘어나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29일 서울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의료진이 마스크를 한 채 의료장비를 옮기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k.co.kr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 환자가 속속 보고되면서 온라인에선 ‘병원괴담’이 떠돌고, 보건 당국을 성토하는 글도 꼬리를 물고 있다. 중국에서는 메르스 의심 환자를 출국시킨 한국의 허술한 방역체계에 불만이 고조되는 등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29일 메르스 확진 환자는 또 5명이 늘어 총 12명이 됐다.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래 거의 매일 확진 판정이 이어지자 당초 ‘낮은 수준의 전염병’을 장담했던 정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번 메르스 공포는 2003년 전국을 ‘바이러스 광풍’으로 몰아 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를 연상케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온라인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메르스 괴담이 빠르게 유포됐다. “6번째 환자가 A병원을 거쳐 서울 B병원에 왔다가 확진판정을 받아 지정 격리병원으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이 폐쇄됐으니 병원 근처에 가지 마라”는 식이었다. 또 “평택ㆍ수원에 확진 환자가 좀 나왔다” “해외에서 한국 긴급재난 1호 속보가 떴다” 는 등 인터넷은 하루 종일 메르스 불안감으로 떨었다. 여섯 살 난 딸을 둔 주부 이모(49)씨는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한 병원 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등 엄마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는 괴담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 확인 결과 이런 소문들은 대부분 거짓으로 밝혀졌다. B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이 폐쇄되지도 않았고, 진료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괴담이 좀체 진화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현재 B병원 근무자 10명은 자택격리 중이며, B병원을 찾기 전 환자가 들렀던 A병원도 응급실 접수처 근무자 등 4명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받은 후 격리조치 됐다. 또 확진을 받기 전 환자를 장시간 접촉했던 지상파TV 방송 취재진 역시 자택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괴담은 온라인을 넘어 환자를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큰 항공기 승무원이나 의료진 등 업계 종사자들에게 직접적인 여파를 미치고 있다. 국내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는 김모(27)씨는 “항공기는 바이러스의 1차 유입 경로인데 의심 환자가 제재 없이 중국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일했던 근무자들을 수소문하는 등 다들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다른 승무원 박모(29ㆍ여)씨는 “당장 30일 두바이로 비행을 가는 동료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다른 동료들도 중동 스케줄에 불릴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ㆍ3차 감염 위험에 노출된 의료계 종사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종합병원 간호사인 안모(29)씨는 “5번째, 8번째 확진 환자가 의료인이라는 소식에 감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와 대화만 해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은 자율격리에 치우친 보건 당국의 그간 대처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3차 감염(2차 감염자를 통해 확진 판결을 받은 환자)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3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견해를 공식 밝혔다. 한 평택 시민은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감염자가 입원했던 평택 한 병원 의료진을 격리조치 하면서 일손 부족을 이유로 일반 환자 40여명을 별도 조치 없이 강제 퇴원 시켰다”며 “다른 환자들에게 전염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중국에 체류 중인 메르스 의심 환자가 이날 감염 확진을 받으면서 중국 내 불만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메르스 의심 환자의 출국을 걸러내지 못한 한국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네티즌의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며 사태가 반한 음모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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