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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용의자 검거ㆍ배후 규명…주가 치솟는 말레이시아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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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용의자 검거ㆍ배후 규명…주가 치솟는 말레이시아 경찰

입력
2017.02.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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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사건 수사 호평 잇따라

법원과 협조 체계 잘 갖춰져

비자금 스캔들 총리가

사건 적극 활용 분석도

진척 없는 ‘중국계 목사 납치 사건’과 대조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 경찰청장이 김정남 시신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찰 보도자료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모습.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 경찰청장이 김정남 시신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찰 보도자료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모습.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수사기법이 고도로 발달한 서구 선진국들과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솜씨로 신속하게 용의자들을 잡고, 사건 배후까지 명쾌하게 밝혀냈기 때문이다.

27일 현지 소식통들의 경찰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면 ‘이번에 경찰이 보여준 모습에 많은 사람이 놀라고 있으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나스 관계자는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일이 왜 여기서 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경찰이 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소속의 현지 기자는 “경찰이 사건을 꽤 빠르게(swift) 수사했다”고 평가했다.

말레이 경찰의 수사결과도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범행을 수행한 두 여성 용의자를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15일 체포했고, 17일에는 북한인 리정철까지 붙잡았다. 경찰은 “리정철이 접촉하는 다른 용의자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었다”고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일망타진을 위해 미끼 삼아 리정철의 체포를 유보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공동 조사’를 요구한 북한에 대해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22일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고, 북한이 배후라는 증거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데 관심 없다. 증거로 말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경찰 수장다운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말레이 경찰이 괄목할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는 법원의 협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 국회의원 전직 보좌관 K씨는 “연방법원 사무처(Chief Registra)가 총리실 산하에 있다”며 “경찰의 요구에 즉각 응하는 협업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사무처는 전국 법원 인사와 예산 관련 업무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법원이 사실상 하나의 행정부서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현지 매체 더썬데일리는 지난 16일 “샤리파 무하민 압둘 칼립 치안판사가 (체포된 용의자들을 수사하고 있는) 세팡 경찰서로 와서 ‘현장’에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린 나집 라작 총리가 김정남 사건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진국 수준’의 처리 솜씨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 대사가 말레이 정부의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하자, 나집 총리는 21일 “북한 대사 발언은 외교적으로 무례하다”고 했다. 그 뒤 부총리, 문화장관, 주택장관, 국방장관, 통상장관 등이 줄줄이 나서 대북 강성 발언을 했다.

실제 말레이 경찰은 김정남이 피살된 13일 같은 지역(셀랑고르주)에서 일어난 중국계 목사 납치 사건과 관련해선 발생 보름이 지나도록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말레이 경찰이 부패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살인, 강도 사건에 대해선 불관용의 원칙을 갖고 있다“라며 “다소 의외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지 매체 더스타는 19일 “경찰이 수사 진척을 보이지 않자 피해 가족이 10만링깃(약 2,550만원)을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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