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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역사 만들었지만… 역사적 결과물도 만들어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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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역사 만들었지만… 역사적 결과물도 만들어 낼까?”

입력
2018.06.12 18: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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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일제히 ‘회담 이후’ 주목 향후 힘겨운 협상… 성공에 물음표 “애매모호… 종전보다 후퇴” 시각도
미국 CNN 방송은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악수 순간에 대해 “북미가 과거를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 홈페이지 캡처
미국 CNN 방송은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악수 순간에 대해 “북미가 과거를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 홈페이지 캡처

“수십년간의 적대와 불신을 끝내려는 ‘개인적 외교’의 도박으로 최소한 지금은 위협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디테일이 부족하다.”(뉴욕타임스ㆍNYT)

“만남의 역사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역사적인 결과물까지 만들어낼 것인가?”(워싱턴포스트ㆍWP)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대서특필했다. 대부분 주류 언론이 홈페이지에 별도 속보창을 마련해 회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긴급 타전한 것은 물론, 이번 회담이 향후 북미 관계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 한반도 냉전 해소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하느라 분주했다. 70년간 적대 관계였던 북미의 두 정상이 처음 얼굴을 맞대며 새로운 역사의 장(章)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더욱 험난하다’는 게 미 언론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날 회담에 대해 NYT는 “불과 몇 달 전 두 사람이 서로를 헐뜯으며 핵전쟁 위협을 가했을 땐 상상도 못했던 전환기를 맞았다”며 일단은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곧바로 “물론 성공 여부는 매우 의심스럽다”면서 “실무 협상에서 큰 진전이 없었고, 두 정상은 공통의 토대를 마련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별도 분석기사에서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사업 거래에서 김 위원장 같은 ‘독재자 스타일’의 적수를 대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김정은은 핵무기보다 경제발전을 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제가 옳은지가 의문이라는 얘기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사업가로 여기는 게 우려된다”며 “김 위원장이 경제적 부가 아니라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WP도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정말로 ‘역사적 사건’이 될지는 후속 조치에 훨씬 더 많이 좌우된다”면서 ‘회담 이후’에 주목했다. 이날 정상 회담은 양국 간 지난하고 힘겨운 협상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신문은 “정상회담은 상징주의와 구체적인 결과물의 결합”이라며 싱가포르가 훗날 ‘성공의 시작’으로 기억될지, 아니면 북한과 또 하나의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것으로 기록될지는 아직까진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미 군축협회의 비확산 정책담당 이사인 켈시 데이븐포트는 “북미 회담은 평범한 결과로 역사적 회의처럼 포장되고 있다”며 “트럼프는 북한의 막연한 비핵화 약속을 ‘성공’으로 내세우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에게 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유화적 제스처를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김 위원장과 10초 이상 악수를 하고,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의 행동에 대해 WP는 “트럼프가 북한의 전체주의 지도자를 돋보이게 하며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북한 핵포기와 관련한 뚜렷한 합의 없이 김 위원장을 동등하게 대함으로써 북한을 견제할 지렛대를 스스로 포기해 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CNN방송은 ▦무뚝뚝한 표정의 김 위원장의 사진촬영 순간 보여준 웃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초반 ‘트럼프스러움(trump-ness)’을 자제한 것 ▦1대1 회담은 ‘보여주기(show)’였다는 점 ▦두 정상이 정말로 회담 개최를 원했던 점 등을 주목할 4가지 순간으로 꼽았다. 방송은 “북한과 미국이 (나쁜 관계였던) 과거를 정리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치적 연극’을 좋아하고, 이날도 ‘좋은 분위기’로 보이고자 전력을 다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북미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 일정, 검증 절차 등이 빠져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됐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애매모호하고 일반적이어서 어떤 의미도 없을 것 같다”며 “이전의 성명들보다도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YT도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세부 사항은 없다”고 했고, WP 역시 “두 정상이 새로운 북미 관계 설정을 약속하면서도 외교 관계의 개시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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