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힙합계는 유독 언행일치에 엄격하다. 가수가 언더그라운드에서 추구하던 가치와 상반되는 행동을 했을 때, 가차없이 여론의 폭격이 시작된다. MC 팔로알토(본명 전상현)는 이런 곤욕을 호되게 겪은 스타 중 하나다. 당초 보이콧을 선언했던 Mnet '쇼미더머니4'에 스스로 출연했고, 자신이 이끄는 레이블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대기업 CJ E&M이 인수하도록 계약을 맺으면서 언더 팬들의 비난을 샀다.
그러나 최근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올리고, 아이돌 프로듀서 지코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ㆍ협업)한 곡 '거북선'이 성과를 내면서 어느 정도 위신을 되찾았다. 최근엔 jtbc '힙합의 민족2'에 출연하며 적극적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소신과 다르게 미디어의 힘을 탔다'는 지적은 이어지지만 실력면에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인재다.
1. 드렁큰 타이거 보조MC, 수장이 되다
팔로알토는 중학교 3학년 때 TV에서 우연히 미국 래퍼들의 랩을 접하고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2년 'Memories'를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2004년 EP앨범 '발자국'이 호평 받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2년 뒤 그는 레이블 소울컴퍼니에서 활동하던 MC 더 콰이엇과 P&Q라는 팀을 결성하고 정규 1집 앨범을 냈다. 이 시기 그룹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와 인연을 맺고 소속사 정글 엔터테인먼트에 입성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된다. 그는 드렁큰 타이거의 보조MC로 무대에 서며 언더그라운드 진출의 발판을 닦았다.
진짜 전환점은 2010년 3월에 찾아온다. 정글 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수립하고 수장이 된 것. 독자적인 레이블이 생기면서 개별 작업과 무대 활동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비프리, 허클베리피, 오케이션, 지투, 레디 등 내실있는 언더 MC를 배출하면서 굵직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현재 비프리와 오케이션은 레이블을 탈퇴한 상태다.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수장으로 입지를 다지면서 일찌감치 '쇼미더머니' 측의 러브콜도 받았다. 평소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경쟁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입장을 밝혀왔고 방송 출연도 자제해온 만큼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고수하던 입장을 바꿔 시즌 4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후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결혼 후 저를 공격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며 "제가 가진 재능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2. 사색을 노래하는 감성 MC
팔로알토는 겉멋 들지 않은 플로우, 무게감 있는 목소리와 가사 등으로 독보적인 형식을 선보인다. 자연스러운 래핑을 추구해 화려한 기교나 꾸미는 목소리를 지양하는 편이다. 실제로 그는 '힙합의 민족2'에 출연해 "난 '묘기랩'을 별로 안 좋아해 비와이도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MC 비와이는 Mnet '쇼미더머니5'의 우승자다.
팔로알토는 직접적이고 사회비판적인 가사보다는 자전적인 작사에 소질을 보인다. 'Good Times'에는 "난 계속해서 큰 원을 만들어, 시작은 작은 점이었지만 자꾸 커"라며 자신의 음악을 되돌아보고 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규 1집 앨범의 수록곡 '서울의 밤'에서는 "군중 속에 고독인 이 서울에서, 내 미래의 운명 어찌 될지 모르겠어"라며 서울에 사는 청춘의 사색을 노래하기도 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Good Times' (feat. Babylon)
●Mnet '쇼미더머니4' 거북선
●'3호선 매봉역'
● 'Forrest Gump'
● 'Dreamer'
● 'Vic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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