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 공천 관철 의지 다져
"후퇴할 명분도 이유도 없어"
의총 모두발언부터 정면으로 맞서
靑에 사과 소문에 "내가 왜…" 역정
"진정한 의미 金의 정치 시작" 評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건 ‘전쟁’을 시작했다. 대통령 부재 중에 야당 대표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변형안) 관철을 위해서다. 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재입성한 김 대표가 ‘정치 생명’을 운운하며 관철 의지를 표명한 건 공천제도 혁신이 유일하다. 길게는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가름할 ‘김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무대
30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 대표의 발언은 예상보다 강도가 셌다. “(차기 총선에서) 전략공천은 단 한석도 없을 것”이라던 이전의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고 했다. “어떻게 청와대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집권여당 대표를 비판하느냐”며 “모욕은 오늘까지만 참겠다”는 강수도 뒀다.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린 박근혜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반대와 사전 결의까지 다진 친박계의 반발에 되레 더 강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의총 도중 회의장 밖을 나왔다가 자신이 청와대에 사과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는 얘기를 기자들에게 전해 듣고는 “어떤 X이 그런 말을 해. 내가 왜 사과를 해”라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부터 강경했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인신공격은 하지 말자”며 각을 세운 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에 이르게 된 경위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야당의 덫에 걸렸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안심번호는 우리 당의 권은희 의원이 20년 전 KT에 근무할 때 만든 방식이며 정개특위 소위에서 안심번호가 통과됐다”고 친박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섰다.
김 대표의 측근들은 이번만큼은 김 대표가 “후퇴는 없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이번 사안은 정치 개혁을 위한 신념의 문제인데다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70% 이상”이라며 “양보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공무원연금 정국’, ‘유승민 거취 정국’ 등 잇단 고비마다 결국 청와대의 편에 서 비판을 받아 왔던 과거의 김 대표가 아니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국 방문기간 ‘개헌 봇물’ 발언을 했다가 ‘개헌 불가’를 강조한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이냐는 해석이 나오자 하루 만에 “죄송하다”며 꼬리를 내린 적도 있다.
김 대표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줄세우기 정치’, ‘낙하산 정치’, ‘계보정치’의 폐해를 양산한 전략공천 폐지라는 명분에서 물러서지 않고 친박계와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 대표의 측근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청와대를 겨냥해 반발하는 배경도 ‘명분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과거에 정치권력자나 세력이 밀실에서 하는 전략공천을 또 하자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정치 생명 건 ‘김의 전쟁’ 시작됐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김의 전쟁’ 서막이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대표는 5선의 중진이지만, 항상 그의 앞에는 거물 정치인의 이름이 따라다녔다. 정치 입문기에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 3선이던 17대 국회에는 ‘박근혜의 남자’로 불렸다. 18대 국회에선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 대학살의 피해자가 돼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고, 19대 공천 역시 계파 간 이해관계에 밀려 낙천했다. 그러던 그가 2013년 4월 재보선에서 영도에 출마해 당선됐고,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는 자력으로 승리해 대표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이런 그를 두고 측근들은 “작년에야 ‘자기 정치’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의총 뒤 일부 의원들은 김 대표가 달리 보였다는 평을 내놨다. 비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김 대표에게 국민공천제는 자신이 지켜야 할 정치적 ‘마지노선’이자 대선주자로서 이제야 진정한 의미의 ‘자기 정치’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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