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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상의 전환 필요한 과학기술 국제협력

입력
2017.02.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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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고의 과학적 성과로 꼽히는 중력파 검출 실험은 15개국 80개 연구기관, 1,0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연구로, 국제협력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이다. 최근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개별 학문 간 연계를 넘어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거대 과학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따르면 2010년 이후 1,000명 이상 연구자가 참여한 대형 협업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제협력은 선진국과의 기초연구에 집중되어 있으며 미국 일본 중국과의 협력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편향된 구조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속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하려면 이제는 선진국 추격형에서 벗어나 국제협력을 보다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지원의 국제협력사업이 대부분 연구자 개인의 인맥이나 경험에 의존하다 보니 연구 파트너 국가가 매우 제한적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와 국제협력이 성사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도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다.

일전에 동남아시아의 한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추진하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리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상대국 정부기관의 관료가 허가를 지연시켰던 것이었다. 상대국 정부와 협의 후 공식적인 협력관계를 수립한 다음에 연구소 간 공동연구를 추진했어야 하는데, 그때 미처 몰랐었던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유럽 어느 국가와는 지나친 의전으로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몇 해 전 국제회의 주관 시 외국인 연사들을 대상으로 도착 첫날 공항 마중부터 저녁 만찬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최고의 대접이었으나, 개인 일정을 갖고 싶었던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불평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작은 오해가 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해외에 있는 한인 연구자가 상대국의 파트너가 된다면 훨씬 수월하게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우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것이며, 해외 한인 연구자가 상대국의 문화와 연구 분위기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다. 모국을 위한 일이니 더욱 원활하게 협력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인 연구자들이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 머무르는 것을 두뇌유출로 보고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스위스 국제 경영개발연구원(IMD)의 세계인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2015년 61개국 중 44위(3.98), 2016년 46위(3.60)로 하위 수준에 정체되어 있다.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처우, 연구 환경, 경제 상황과도 연관이 높다. 장기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되리라 본다.

이러한 정책 추진의 예로 연구활동 중인 한인 연구자들을 두뇌 유출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국제협력의 주요 자원으로 접근한 것이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 KOSEN(www.kosen21.org)이다. KOSEN은 전 세계 한인과학기술자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13만 명의 한인연구자들은 KOSEN을 통해 지역적 한계를 넘어 연구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새로운 기술을 모국에 전파하고 있다. 즉, 해외의 두뇌들이 국제 협력의 주체로 활약하는 것이다.

해외 한인 두뇌들을 국제협력을 위한 동량으로 키우려면 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길게 보고 그들의 연구를 지원해보자. 단기적 성과에 조급해 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해외 한인 연구자들은 국제협력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모국에 보답할 것이다.

윤정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과학기술정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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