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ㆍ세종대 등 ‘평가셋’ 개발
‘블레이드 앤 소울’ 데이터 분석
게임 운영의 최적화 방안 도출
범죄 예방 등에도 활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게임을 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게이머 행동예측 평가체계를 개발했다. 이로써 특정 단계에서 가로막히거나 흥미를 잃고 게임에서 이탈하는 경우 등을 사전에 막는 시스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엔씨소프트, 세종대와 함께 게이머들의 미래 행동결과를 확률적으로 계산해 예측하는 ‘평가셋’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평가셋은 게이머가 게임을 하는 과정을 인공지능(AI)으로 학습해 게임 도중 이탈하게 되는 행동을 유형화하는 소프트웨어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는 방식에 맞춰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생성해 낸다.
이번 연구에는 엔씨소프트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게이머들이 남긴 수백 종에 이르는 게임 내 행동 기록이 활용됐다. 게임 운영 방식 등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원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게임사가 이례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 데이터에 집단행동 예측, 게이머 영향 평가, 게임 내 요소 변동 예측 등 AI 기술을 접목, 언제 게이머들이 불만을 느끼고 이탈하게 되는지 빅데이터로 분석한 평가셋이 구축된 것이다.
이 평가셋을 통해 게임의 수명 연장을 위한 업데이트(갱신)가 필요한 시점을 자동으로 파악하고 구성 요소 배치를 효과적으로 바꾸거나 흥미를 유지하도록 미끼를 추가하는 등 게임 운영의 시나리오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게 ETRI 측의 설명이다.
최근 게임 시장에서는 그동안 쌓인 게임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글의 바둑 AI ‘알파고’처럼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게임 AI 기술 시장을 선점하는데 연구역량이 집중된다.
이길행 ETRI 차세대콘텐츠연구본부장은 “이번 평가셋 개발은 최근 빠르게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개발(R&D) 추세를 선도하기 위해 국내 산ㆍ학ㆍ연이 협력해 이룬 쾌거”라고 설명했다. 게이머 행동예측 평가체계 개발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문화기술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게임 내 행동 양식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범죄 예방, 군중 심리 예측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ETRI 관계자는 “MMORPG는 실세계를 축소해 놓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는 종류의 게임인데 이 과정에서 잠재된 의식이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가상 공간에서 특정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실제 공간에서 어떤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지도 유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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